“불안해 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어요. 악몽을 꾸고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죠.”
프랑스 정부가 보낸 에어버스 특별기를 타고 테러 현장인 인도 뭄바이를 빠져 나와 11월30일 파리에 도착한 생존자들은 아직도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이들과 동행한 심리학자 디디에 크렘니터 박사는 AP통신에 “살아남은 자들은 대부분 전쟁터에서 막 돌아온 군인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자신이 경험한 엄청난 공포와 충격 때문에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스물네살 케이트 차일랏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10대 테러리스트와 얼굴을 맞댄 기억 때문에 아직도 악몽을 꾼다. 차일랏과 친구 2명은 타지마할 호텔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다 공격을 받았다. 한 친구는 팔꿈치를 다쳤고 다른 친구는 어깨를 다쳤다.
“십자포화 속에서 우리는 ‘운 좋게’ 진열대 뒤에 몸을 숨길 수 있었어요. 잠깐 올려 보니 한 테러범이 사방에 마구 총을 쏘고 있었어요. 그가 우릴 봤다면 아마 첫번째 희생양이 됐을 거예요.” 차일랏은 테러범에 대해 “10대처럼 보였지만 AK-47로 보이는 총을 들고 있었어요. 몸에 비해 엄청나게 컸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생존자들은 총소리에 놀라 적게는 두세 시간, 많게는 이틀까지 호텔 방 문을 잠그고 있다 방에서 쥐죽은듯 구조를 기다리거나 밖으로 뛰쳐나와 목숨을 건졌다. 오베로이 호텔에 머물던 사업가 필립 메이어도 방에 갇혀 있다 구조됐다. 그는 테러범이 제발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휴대폰으로 최신 뉴스를 전해 듣고 바깥 상황을 파악했다.
한 외국인 변호사는 타지마할 호텔에 머물다 테러 발생 6분 전 저녁 식사 약속 때문에 자리를 떠 목숨을 건졌다. 또 다른 변호사는 2시간 동안 호텔 주방에 숨어있다 총소리가 잠잠해지자 피범벅이 된 시체를 밟고 빠져 나왔다.
이날 프랑스 특별기는 프랑스인 29명을 비롯해 11개국 77명의 생존자들을 실어 날랐다. 몸을 떨며 두꺼운 담요를 어깨에 두른 사람, 넋이 나간 채 휠체어에 몸을 맡긴 사람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공통점은 모두들 너무 충격을 받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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