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리고 부인과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가장이 2년여 전 자신의 부모까지 살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 옥천경찰서는 아내와 두살배기 딸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27일 구속한 김모(42ㆍ무직ㆍ옥천군 옥천읍)씨가 2년여 전 고향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숨지게 했다고 자백해 존속살해 혐의를 추가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6년 6월 10일 새벽 1시 30분께 옥천읍 금구리 부모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 거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이 불로 안방에서 잠자던 김씨의 아버지(당시 85세)와 어머지(75)는 온 몸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틀만에 차례로 숨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당시 아내가 옷가게와 소주방을 차렸다가 연속 실패하면서 빚을 지는 바람에 내 명의로 돼 있는 부모 집을 팔아 생활비로 쓰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일주일 전 휘발유를 구입했으며, 사건 전날 부모 집을 찾아가 주방 뒷문 잠금장치를 몰래 풀어놓는 등 침입로까지 확보해놓았다.
김씨는 범행 후 유족 대표로 경찰에 나와 "허리 수술을 하신 어머니가 자주 고통을 호소했고 이 때문에 아버지도 힘들어하셨다"고 진술했으며, 경찰은 노부부가 신병 등을 비관해 동반자살한 것으로 사건 처리했다.
김씨는 부모 집을 수리해 이를 담보로 4,000만원을 융자받고 2,000만원에 세를 놓은 뒤 관리해왔다.
경찰은 최근 "화재 당시 담을 넘어 골목 안으로 달아나는 사람을 봤다"는 주민 제보로 재수사를 벌어오다 김씨가 아내와 딸 살해범으로 체포되자 당시 행적 등을 집중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김씨가 진술한 도주경로와 목격자의 진술이 일치하고 휘발유 구입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앞서 지난 27일 새벽 1시께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35)에게 수면제와 술을 먹인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옆에서 잠을 자다 깬 딸(2)을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이번에도 완전범죄를 노렸다. 범행 전 3차례에 걸쳐 수면제를 섞은 커피를 아내에게 먹이면서 수면 시간 등을 관찰했으며 범행 직후에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처남과 선배를 불러내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 부인이 한달 전 1억원짜리 생명보험에 가입한 점에 주목, 보험금을 노린 범행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평범한 농촌 가정에서 2남 4녀중 막내로 태어난 김씨는 고교 졸업 후 고향 옥천에서 직장 생활을 해오다 2004년 결혼했으며, 지난달 회사 사정으로 실직한 뒤 생활고와 가정 불화를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도 없고 전과도 없는 겉보기에 너무나 평범한 가장"이라며 "차분한 어조 속에 숨어있는 냉혈성에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옥천=한덕동 기자 ddhan@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