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논쟁은 1960년대 이후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응해 '인간답게 죽을 권리' 주장이 제기되면서 비롯했다. 28일 법원이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기까지 안락사를 보는 관점은 '소극적 안락사만 인정' '적극적 안락사까지 인정' '절대 불허'의 3파전 양상이었다.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생명에 대한 결정권은 환자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았다. 의사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독극물을 주사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환자의 치료거부 의사를 무시한 채 환자의 생명 연장과 이에 따르는 고통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게 소극적 안락사론자들의 논리다.
의료계, 가톨릭계 등이 이에 동의해왔다. 김주경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소극적 안락사를 이제 사회가 인정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 "엄격한 판정 절차를 거쳐 회복 가능성이 없다면 합법적 행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은 환자의 의식이 없을 때는 평소 행동, 말 등을 근거로 한 추정으로 의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소극적 안락사를 포함, 적극적 안락사까지 인정해달라는 일부의 주장도 있었다.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대전제 아래 인간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법적, 도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프랑스 국가윤리위원회의 '죽음과 안락사'(2000년) 보고서를 근거로 "안락사는 처벌 받아야 할 범법행위지만 생명을 박탈해야 할 특별한 경우에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 가운데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환자가 이성적인 판단으로 안락사를 원하면 적극적인 안락사까지 허용하는 네덜란드의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 인정 법안'(2000년)도 이들이 자주 인용하는 사례다.
이와 달리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안락사는 일체 허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인간 생명에 대한 결정은 신의 영역이며, 안락사를 허용하면 경제적 이유로 장애인이나 노인을 '살해'하는 등 생명경시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장기매매 등 상업적인 목적에 악용될 소지도 안락사를 금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개신교계는 이번 판결 후에도 "안락사는 적극과 소극을 떠나 명백한 살인행위"라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부도 안락사 금지 방침을 고수해왔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은 인위적으로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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