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삶과 문화] 한·중·일 삼국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삶과 문화] 한·중·일 삼국지

입력
2008.12.01 00:06
0 0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한국 영화제에 다녀왔다. 나라밖 여러 대륙을 다녀봤는데 공교롭게 중국 행은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처음 일본에 갔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자연스레 한국과 일본 중국 세 나라에 관한 내 나름의 이런 저런 비교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국을 가보니, 역시 상하이 한 군데만으로는 중국을 다녀왔다고 말하기가 무색할 정도였다.

한국대표단과 상하이 주최측 사람들과 식사하는 자리, 연신 중국인들끼리 서로 어디 출신인지를 물어보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 자리에만도 산둥(山東), 충칭(重慶), 윈난(雲南), 쓰촨(四川) 등 각기 다른 출신지 중국인들이 출신지 자랑으로 얘기를 시작하며 그곳의 음식과 풍광, 생김새 등이 얼마나 다른지 열심히 얘기하고 있었고, 상하이지기들은 상하이에 대한 자부심에 대해, 쉴 새 없이 얘기하는 것을 조선족 통역을 통해 듣고 있노라니, 중국이라는 나라를 가늠하기란 만만치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식적인 만찬이 끝나고 한국인들끼리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오랫동안 중국에서 영화 일을 하며 중국인을 이제 좀 알게 되었다는 친구 하나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특성에 대해 우스갯소리라며, 여러 예를 들어가며 얘기하는데, 그 중 제일 그럴싸한 얘기가 씨름 얘기였다.

씨름과 스모에 빗댄 한,중,일의 면모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한국의 씨름. 원형으로 된 모래판이 일본의 그것보다 크다. 선수 둘은 샅바를 잡으며, 일단 서로를 간파한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면 기술을 건다. 그러다 원 밖으로 나가면 그 판은 무효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 다시 샅바를 잡고, 다시 견주기 시작하다, 기술을 걸어 상대를 넘어뜨린다. 그리고 이긴 자는 포효한다. 그리고 다음 판이 시작된다. 대개 3판 2승제로 판가름한다. 게다가 체급별 경기다.

일본의 스모. 원형이 우리의 그것보다는 좀 작단다. 상대와 맞붙기 전 요란하다 싶을 정도의 준비 시간이 길다. 준비가 안 되면 절대로 모래판에 오르지도 않는다. 설사 올라왔다 하더라도 준비가 안 되면 다시 내려가 또 준비를 한다. 단판 승부이기 때문이고 그 단판에 모든 걸 걸기 때문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딱히 기술이라는 게 없고, 원 밖으로 상대를 밀어내면 되는 경기규칙이란다. 상대를 제압하고 나서도 승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게다가 체급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중국의 경우는? 중국의 경우, 아예 판이 없단다.

이를 두고 일본은 섬나라 고유의 민족성, 한국민은 반도인, 중국인은 대륙인으로서의 기질이 엿보인다는 설명이었다. 섬 밖은 곧 죽음이니, 모든 걸 한 번에 다 응집해야 하고, 위로 대륙을 끼고 있는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두세 번 정도는 서로를 가늠해 볼 수가 있는 것이고, 중국은 역시 경계라는 개념이 없을 수밖에 없는 중화인이라는 설명이었다.

모두 웃어 넘겼지만,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는 지리적 문화적으로 삼국이 꽤 비슷하다고 자주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단코 삼국의 문화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생각한다. 삼국의 영화를 생각 해 보라! 삼국의 지속적인 문화교류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상대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 다음이 있다.

이미연 영화감독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