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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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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교훈

입력
2008.12.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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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 한국 사람들이 가장 미워하는 인물을 뽑는다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아닐까 생각된다. 임진왜란을 통하여 우리의 전 국토를 유린하고 많은 인명을 앗아간 인물이니 결코 잊을 수 없는 증오의 대상임이 당연하다.

반면,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상당히 인기 있는 인물이다. 수많은 영주국들로 분열되어 있던 당시의 일본을 통일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원래 마구간 지기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미천한 신분의 무사가 자수성가하여 통치자가 되었으니 인기가 있을 만도 하다. 군대에 이병으로 입대한 인물이 능력도 있고 운도 따라서 육군 참모총장이 된 셈이니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일반인들은 통쾌함과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천한 출신의 역사적인 성공

하지만 인생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확한 판단력으로 승승장구하던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통한 조선 침략에 실패하면서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된다. 조선 침략의 실패로 인해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같은 심복 가신들이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반목하고 분열하게 되었고, 이를 이용하여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히데요시의 아들을 살해하고 일본을 차지하게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해자인 히데요시도 임진왜란을 통해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평생토록 전쟁을 하면 공을 세우고 항상 승리하던 히데요시가 어찌하여 마지막에 처절하게 실패한 것일까? 패배의 원인은 그 이전의 성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최하급 무사가 일본의 통치자가 되었을 정도로 히데요시는 평생토록 성공을 거두었던 인물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성공이 아니라 누가 보아도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이루어낸 눈부신 성공이었다.

사실 이런 업적을 쌓았기에 미천한 출신의 히데요시가 유명한 집안 출신인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연이은 승리에 의해 히데요시는 너무 지나친 자신감을 갖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누가 보아도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조선과 중국은 물론 인도까지 정벌한다는 과대망상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평생에 걸친 승리는 또한 자신의 전투와 통치 방법에 지나친 확신을 심어 주었다. 조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준비하고 상대방보다 훨씬 넉넉한 군량을 마련하여 상대를 압도하는 방법으로 계속 승리해 온 히데요시는 똑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조선과 중국도 쉽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런 히데요시에게 일본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이순신 장군의 무장 전함과 조선의 의병 활동은 너무도 의외의 것이었다.

당시 일본 군함들은 전투함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군량미 운반선에 불과하였고 일본의 서민들은 혼란스런 전국시대에 영주가 바뀌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반면, 이순신 장군의 전함들은 막강한 전투 능력이 있었고 조선의 서민들은 목숨을 바쳐 조국을 위해 싸웠던 것이다. 평생토록 조총과 군량 조달을 통한 승리에 깊이 도취되어 있던 히데요시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여 새로운 전투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하고 기존 전투 방법을 고집하다가 패전하게 된다.

그의 실패에서 배울 수 있어야

다른 많은 민주주의 국가와 같이 우리도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이라는 통치자를 선출하여 국정을 맡기고 있다. 그런데 전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통치자는 남에 비하여 눈부신 성공을 거둔 인물이 되기 쉽다. 어려운 형편을 딛고 일어나서 자수성가한 인물이라면 그 인간적인 매력 때문에 더욱 인기가 있을 것이며,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최근 우리의 통치자들은 자수성가하여 눈부신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다. 눈부신 업적이 증명해 주는 뛰어난 능력과 인간적인 매력은 통치자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은 히데요시와 같은 과거의 성공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과신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비록 적이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우리의 통치자들이 고정관념이나 과거의 성공에 얽매이지 않고 열린 마음과 유연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국가적인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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