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휠러, 모린 휠러 지음ㆍ김정우 옮김/ag 발행ㆍ480쪽ㆍ1만5,000원
배낭여행객이 어디를 가든 반드시 지니고 다니는 것은? 복대에 넣은 여권과 부적, 그리고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제대로 된 배낭여행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문답에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전 세계를 샅샅이 훑어 500종 이상 발행된 여행 안내서 '론리 플래닛' 시리즈는 그만큼 특별하다. 사진도 몇 장 없이 흑백으로 투박하게 인쇄돼 있지만, 이 시리즈는 고독한 영혼을 이끄는 길잡이이자 서툰 여행자를 위한 생존 매뉴얼 역할을 30년 이상 해 왔다. 세계적으로 연간 700만부 이상 판매되는 이 여행 바이블의 탄생 이야기가 <론리 플래닛 스토리> 에 담겨 나왔다. 론리>
책은 론리 플래닛 시리즈를 만든 영국인 토니 휠러, 모린 휠러 부부의 인생과 비즈니스, 그리고 여행담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의 자서전이면서 론리 플래닛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무일푼의 히피 부부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 안내서를 발행하게 됐는지, 왜 그토록 많은 여행자들이 론리 플래닛을 들고 순례길에 나서는지 이 책은 보여준다.
다소 철이 없는, 20대 부부의 당돌한 일탈로 이 책은 출발한다. "하지만 내가 과연 직장이라는 것을 원했던가? 모린과 나의 꿈이 과연 '아홉시 출근, 다섯시 퇴근' 인생일까?… 마침내 우리는 진로 문제를 잠시 미뤄 두고, 1년간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20쪽) 1972년 65파운드를 주고 산 고물 미니밴을 몰고, 두 사람은 유럽대륙과 아시아를 가로질러 호주에 이른다.
시드니에 도착하자 수중에 남은 돈은 단 27센트. 하지만 휠러 부부는 고향에 돌아갈 생각 대신, 낯선 곳에서 좌충우돌 살아 남는 길을 택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관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던지는 질문은 그들의 여행에 관한 것. "정말 히치하이크로 태국을 통과할 수 있어요?" "인도 열차는 그렇게 열악한가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런 정보를 그냥 나눠주고 말 게 아니라 팔아 보면 어떨까."(63쪽) 론리 플래닛은 그렇게 탄생했다.
론리 플래닛은 처음부터 여행에서 실제로 부딪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만들어졌다. 무엇을 타고 가고, 잠은 어디서 자고, 돈이 없을 때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고. 그래서 작업은 힘들었다. 휠러 부부는 많지 않은 경비로 필사적인 여행을 하고 돌아와 그 내용을 꼼꼼히 책으로 썼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휠러 부부를 포함한 론리 플래닛의 작가 350여명은, 지금도 세계 어딘가를 여행 중이다. 론리 플래닛의 성장사뿐 아니라 주 집필자인 토니 휠러의 가족에 대한 사랑, 다시 배낭을 꾸리고야 마는 여행에 대한 열정이 담긴 책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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