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C&중공업과 C&우방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그 동안 기업 도산을 우려한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납작 엎드렸던 은행들이 C& 사태를 계기로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것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우리, 하나 등 주요 시중 은행들은 구조조정 전담반을 설치해 본격적으로 지원대상 기업 선정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할 '기업구조개선본부'를 조만간 신설할 계획이다. 본부장급 이상을 총괄책임자로 약 30명의 베테랑 심사역과 산업전문가 등이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선정, 회생 가능 여부를 판단한 뒤 지원 유무를 결정한다.
하나은행은 태산LCD 등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워크아웃 전담반'을 꾸렸고, 우리은행도 최근 '기업개선부'를 확대 개편해 연말부터 본격화할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이미 170여 기업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을 끝내고 지원 여부를 최종 통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직접 칼을 빼든 이유는 지금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부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생존이 불가능한 기업은 조기에 퇴출시키고, 회생 가능 기업에 대해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 손실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더욱이 은행 자신들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고금리의 후순위채권까지 발행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설까지 흘리며 압박에 나서 더 이상 구조조정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모 부행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우려면 치료 불가능한 상처(부실기업)를 빨리 도려내야 한다"며 "옥석을 가려 지원해야 은행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C&중공업과 C&우방에 대한 처리가 향후 구조조정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채권단 관계자들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주고, 살려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확실히 살 수 있다고 판단되면 워크아웃을 통해 지원에 나서겠지만, 회생이 불가능하면 청산절차를 밟겠다는 뜻이다.
이런 움직임은 대주단 가입을 저울질하고 있는 건설사에도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대주단 가입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지원은 없다"고 못박은 만큼, 건설사들이 빠른 시일 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은행도 대출회수 등 강경책을 쓸 가능성이 크다.
'대주단 가입이 곧 회생'이라는 건설사의 판단이 착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은행조차 구조조정에 나서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대주단에 가입했다는 이유 만으로 무조건 지원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시각이다.
정부도 시중 은행들의 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제2회 자금세탁방지의 날' 기념식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과 금융이 안고 있는 잠재 부실과 취약 부분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이날 구조조정 전담 조직인 '기업재무개선 지원단'을 공식 출범시키며 분위기를 띄웠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