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극적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소극적 안락사(존엄사)'는 일부 국가가 빗장을 풀었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가운데 35개 주에서는 안락사 금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40개 주에서는 환자 가족의 동의 등 엄격한 요건 아래 생명을 유지시키는 의료기구의 사용을 중지하는 소극적 안락사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오리건 주는 1997년부터 6개월 미만의 시한부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안락사할 수 있는 권리를 허용했다가 1999년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안락사에 대해서 가장 관용적인 국가는 네덜란드다. 1971년 네덜란드인 의사 포스트마는 뇌출혈로 고통을 받던 어머니가 자신의 생을 끝내달라고 계속 애원하자 약물을 주입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 법원은 집행유예 1주일과 보호관찰 1년만을 선고했다. 이 사건 이후 네덜란드왕립의사협회가 안락사를 부분적으로 인정한 데 이어 2000년 네덜란드 하원은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벨기에도 2002년 안락사를 부분적으로 합법화했다. 스위스는 말기 환자에 대한 약물 처방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1996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호주는 말기 환자 4명을 안락사 시켰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안락사법이 폐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재 호주 8개 주 가운데 3개 주가 '생명연장 장치 제거'를 의료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안락사 관련법이 없는 일본은 안락사를 시킨 의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판례가 있다. 다만 죽음이 임박했을 때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를 거부하는 자연사는 폭 넓게 인정된다.
뇌사 상태라도 심장박동이 완전히 멎지 않는 한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했던 프랑스는 2004년 존엄사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사전 의사 결정을 통해 환자 자신이 원치 않을 경우, 죽음의 순간에 의학적으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계적 호흡이나 심폐소생술 등을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락사에 대해 가장 엄격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고 형법에 규정하고 있다. 고의가 인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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