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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입 연' 이헌재, 정부 경제위기 대응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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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입 연' 이헌재, 정부 경제위기 대응에 '쓴소리

입력
2008.12.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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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위기 대응을 보면)초기 진화에 실패한 남대문 화재의 참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이헌재(사진) 전 경제부총리가 퇴임 3년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해 경제현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전 부총리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주도하는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소 창립을 앞두고 28일 열린 강연회에 나와 정부의 위기 대처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 전 부총리는 이번 경제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책의 실패'를 꼽았다. 그는 "정부의 안이한 초기 인식, 정책의 신뢰 상실과 실기에 의해 문제가 가중되고 있는 일종의 '진행형 위기'"라며 "경제위기가 2년 정도 더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경제상황과 당국의 대처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한국형 서브프라임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문제가 심각할수록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빠르고 과감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현 정부의 위기대응은 그렇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시장의 실패가 있을 경우에는 지체 없이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며 "앞으로 3개월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현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단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별도로 두고 있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한 사람이 맡아야 하며, 위기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부처간 통합대책기구인 '워룸'(War Room)을 한시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원인을 찾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며 "대통령 명령이면 통하던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쁠 때 한가한 짓 하는 것은 바보짓인데 지금 우리 상황이 그렇다"며 "기동성과 집중력이 뛰어난 소수정예의 몽고 기병대와 이를 이끌었던 칭기즈칸의 리더십이 다시 필요한 때"라며 강연을 끝냈다. 그는 공직에 나갈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 학계에 유능한 분들이 충분히 있다"며 "제안 받은 적도 없을 뿐더러 주변 사람들은 내가 다시 공직에 나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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