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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느림의 발견' 실패로 명성얻은 느림보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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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느림의 발견' 실패로 명성얻은 느림보 탐험가

입력
2008.12.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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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 나돌니 지음ㆍ장혜경 옮김/들녘 발행ㆍ전2권 252, 320쪽ㆍ각 권 1만원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포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입니다. 몇 년은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152쪽)

이른바 '지리상의 대발견 시대' 였던 18~19세기, 미지의 땅에 첫발을 디뎌 금은보화와 식민지를 획득한 수많은 유럽의 탐험가들은 대중의 갈채를 받았지만, 영국의 탐험가 존 프랭클린(1786~1843)은 성공보다는 실패로 명성을 얻은 특이한 탐험가였다. 그의 세 차례의 북극 탐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마지막 탐험길에서 그는 사망한다), 유형도였던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총독으로 부임했을 때는 수형자들의 인권을 중시하고 원주민 보호구역을 건설하자는 개혁정책이 기득권자들에 의해 좌초된 뒤 본국으로 송환된다.

독일 작가 스텐 나돌니(66)의 <느림의 발견> 은 프랭클린이 남긴 편지와 기록에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 그의 일생을 문학적으로 재조명한다. 1980년 1부만 집필된 상태에서 잉게보르크 바하만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존 프랭클린은 열살이나 먹었는데도 공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할 만큼 동작이 느렸다"라는 첫 문장이 암시하듯 작가가 프랭클린을 읽는 코드는 '느림'이다. 유년기에 혹시 바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굼뜨고 느려터진 프랭클린이었지만 작가는 그 느림을 침착함, 인내, 평화 애호, 선량함의 코드로 읽어낸다. 과학혁명, 산업화 등으로 세계사가 막 질주하기 시작한 그 시기에, 어떤 점에서 보면 이단아처럼 살았던 그의 일생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속도를 비판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극적 구성을 경계한 플롯과 과장되지 않은 문장들로 설득력을 더한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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