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남고북저(南高北低)'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 가을 전세 물건이 남아도는 '역(逆)전세난'의 심화로 한강 이남과 이북의 전세값 차이가 좁혀지더니, 최근 일부 단지에서는 아예 강남ㆍ북의 전세값이 역전되고 말았다. 정부의 백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침체 일로를 걷는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서울 전세시장은 바야흐로 '평준화 시대'를 맞고 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3억500만원 하던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112㎡(34평)형 전세가의 경우 11월 말 현재 2억5,500만원으로 16.39% 하락하면서 비슷한 입지(지하철역과 도보로 5분, 학원가 거리 등)의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105㎡(32평)형의 가격(2억4,500만원)과 비슷해졌다. 올 1월 7,000만원의 두 아파트의 전세값 차이가 이젠 1,000만원 수준으로 좁혀진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겨울 방학을 앞두고 움직이던 이사 수요가 실종되면서 더욱 심화, 역전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송파구 석촌동 잠실한솔아파트(109㎡ㆍ33평형)는 2억250만원으로 노원구 상계1동의 수락파크빌아파트(109㎡ㆍ33평형) 2억500만원보다 250만원 더 낮다. 두 단지 모두 인근 지하철역까지 1, 2분이면 닿을 수 있고, 석촌호수와 수락산 등의 인근 녹지공간, 학원가까지의 거리 등 비슷한 조건을 갖췄다. 잠실한솔아파트는 올 초 수락파크빌아파트보다 4,000만원 높은 시세를 보이던 곳이다.
스피드뱅크 신경희 팀장은 "삼풍아파트를 비롯해 미도ㆍ한양아파트 등 서초동 일대에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빈집이 눈에 띈다"며 "전학, 상급학교 진학 등의 이유로 한 겨울에도 이사 수요가 이어졌지만, 거래가 얼어붙은 탓에 기존주택에 발목이 잡혀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신 팀장은 또 "이 같은 분위기라면 강남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강북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몸값'을 유지하던 소형 평형 아파트 전세가격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변에 풍부한 녹지공간과 비슷한 편의시설을 갖춘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와 노원구 중계동 주공5단지의 56㎡(17평)형 아파트의 경우 올 초 각각 9,250만원과 7,250만원으로 2,000만원 차이를 보이다가 11월 말 현재 각각 8,500만원과 8,250만원으로 비슷해졌다. 이 기간 시영아파트 전세가는 8.11% 하락했고, 주공5단지는 13.79% 상승했다.
강북권 전셋값 상승에 대해 노원구 중계동의 S공인 관계자는"최근 서울시의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완료된 뉴타운 사업지가 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이주할 전세물건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 8, 9월 강남과 강북의 전세시장이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강북은 단독ㆍ다세대 주택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이 전세난을 겪은 반면, 강남은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유앤알 박상언 대표는 "강북권은 뉴타운 사업으로 이주 수요가 이어져 서민들의 전세난은 가중되고 강남권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북권 전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뱅크 신경희 팀장은 "강북의 뉴타운 사업이 마무리 되면 올랐던 강북의 전세가는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면서도 "개발사업 완료로 강북도 강남못지 않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가지게 되는 만큼 예전처럼 뚜렷한 '남고북저'의 양상을 띠기 보다는 '평준화' 방향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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