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의 90년대를 기억하는 대중에겐 사실 그가 보여온 '만능 연예인'의 이미지가 편안하지 않다. 까마득한 후배들과 수다를 떨고, 코믹한 연기에 열중하는 윤종신의 모습이 어쩌면 쇠락한 음악시장을 대변하는 듯 비쳤기 때문이다.
이별의 시린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하던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의 정체성을 그리워하는 팬들은 그래서 그의 뮤지션으로의 회귀를 빌어왔다.
오랜 팬들의 희망을 들여다 봤을까, 윤종신이 최근 3년 반 만에 내놓은 11집 앨범 '동네 한 바퀴'는 보다 다양해진 화법과 함께 '이별음악 전문 가수'로 불리는 그의 감수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음악은 제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표현이죠. 저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고요. 조금은 느슨한 편곡이라도 가사가 남자의 가슴에 콕콕 박히는 그런 음악입니다."
이번 앨범은 그의 오랜 파트너인 공일오비의 정석원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윤종신은 "완전히 앨범을 맡겼다"고 말할 정도이다. 객원가수와 멤버로 만난 그들의 인연은 거의 20년에 이른다.
"형의 음악적 완벽주의가 저의 느슨함을 채워주지요. 앨범 편곡 전부를 형이 해줬어요. 곡도 절반이나 받았고요. 형이 그러는데 이 앨범 '명반'이라는데요. 하하"
앨범에는 '너의 결혼식'과 '오래 전 그날'의 분위기가 물씬한 이별노래는 물론 '팥빙수'와 '내 사랑 못난이'에서 느꼈던 활발한 리듬의 곡들이 혼재되어 있다. "타이틀인 '즉흥여행'은 주식이 반토막 나서 힘들다는 친구들을 보고 가사를 쓴 곡입니다.
골치 아픈 세상, 다 털고 한 번 떠나자는 얘기죠. 저의 이별노래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오래 전 그날'을 만들었던 박주연, 정석원 곡인 '같이 가줄래'가 마음에 들 거예요."
음악적 재능을 오랜만에 발산한 윤종신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예능인의 정체'를 물었다. 2004년 시트콤 '논스톱'으로 시작해 현재는 MBC '라디오 스타' SBS '패밀리가 떴다' 등 무려 5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그는, 음악인보다 예능인으로 불리는 현실이 만족스러울까.
"저를 개그맨이라 부르는 대중에 절대 화나지 않아요. 재미있고 웃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제가 아끼는 이미지인 걸요. 90년대에 저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지 개그맨으로 보는 것뿐이죠. 그들도 새 앨범을 듣고 음악인으로서의 윤종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요."
얼마 전 윤종신은 MBC '라디오 스타'에서 김건모와 옥주현으로부터 "노래는 취미로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네티즌들은 뮤지션 윤종신을 폄훼한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우리끼리 그냥 한 농담이에요. 화기애애한 말이죠. 그런데 마치 뼈가 있는 말처럼 방송에 나간 거예요. 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히려 주현이가 상처를 받았어요." 그래도 어느 쪽에 무게를 더 둘까. 예능은 그냥 한 번 들른 쉼터일까. 돌아온 답은 진지했다.
"저는 예능을 즐겨요. 프로그램에 억지로 출연하거나 음반 홍보를 위해 시작한 일도 아니고요. 절대 만만하게 보지도 않고 쉽게 그만둘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 때문에 음악을 접을 일은 없어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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