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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70년대 일기 '바람의 기록' 연재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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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70년대 일기 '바람의 기록' 연재 마침표

입력
2008.12.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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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귀국한 최인훈이 왔다. 껴안았다. 그래 미국 어땠어? 미국, 천국이야 하고 인훈이 반 농으로 말했다. 내가 여기도 유신천국(維新天國)이야 하고 말했고 서로 쓰겁게 웃었다."(1976년 5월 12일자 일기)

고은(75) 시인이 문단 안팎의 화제를 모으며 월간 '문학사상'에 2년간 연재한 1970년대의 일기 '바람의 기록'을 12월호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이 잡지 지난해 1월호에 1974년 3월치 일기부터 연재됐던 '바람의 기록'은 시대에 대한 번뇌, 문학에 대한 자의식, 동료 문인들과의 교류 등 왕성하게 활동하던 40대의 고은 시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일기이자, 우리 현대사 한 시절의 시대상을 알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미 <1950년대>라는 책을 냈고, 자신이 평생 만난 사람들을 한 편씩 시로 쓴 <만인보> 를 낸 고은 시인의, 또다른 시대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마지막 게재분은 1976년 5월10일부터 6월16일까지의 일기. 유신 한복판의 시기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거의 매일 술로 시대고를 달래곤 했던 고은 시인은 이문구, 신경림, 염무웅씨 등과 통음한 다음날인 5월 26일의 일기에 "속 쓰리다. 문구 아침에 갔다… 신민당 한심하다. 오직 건재한 것은 박뿐이다.

서울도 어디도 박만이 있다"고 쓰고 있다. 개신교계 진보 인사인 박형규 목사 등이 체포된 6월 8일에는 "대한민국은 빨갱이를 제조하는 공장이다. 대한민국 박 정권 즉 빨갱이제조주식회사야(也)라. 지하(김지하 시인)도 빨갱이로 되어 가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예술의 순수성을 옹호하는 비평그룹인 '문지'에 실망을 표시한 대목도 흥미롭다. 현실참여적 문학에 대해 비판적인 권두언을 실은 계간 '문학과 지성'을 받아든 5월 31일, 고씨는 "분노가 치밀었다. 우리를 정치의 반영론자로 밀어붙이고 이를 단선적이라고 씹어 댔다.

우리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이 책상물림의 위인들은 제법 행복한 독설을 퍼붓고 있다. 차라리 선우휘의 친 박정희 논조가 정직하다. 이제 최인훈과 함께 저들의 그들의 배후가 되어준 나의 문지 인연은 끝이 났다"고 적나라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자신의 시작(詩作)에 대한 자부는 대단하다. 6월 7일 일기. "도통한 시 하나 나왔다. 바보들은 이런 시를 허세라 하겠지. 불쌍한 놈들이다. 이백이나 선의 게송을 통 맛 못보는 것들이 무슨 시를 안다 하겠는가. 시는 풍경과 내면 묘사의 말재롱으로는 안된다. 시는 쓰디쓰고 놀랍고 그리고 불인(不仁)함이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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