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 내려 하고 있다"고 격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제 방북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다. 남북관계를 파탄 내려는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경기조로 가는 것이 통치하는 데 쉽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는 언급 등으로 미뤄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계산'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인다.
우리는 "북한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식의 경직된 대북정책이 오늘의 남북관계 위기를 불러왔음을 여러 번 지적했다. 그러나 이 정부가 국내 정치공학적 의도에서 일부러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이 대통령의 꽉 막힌 대북관과 남북관계에 대한 이해 결여, 유연하고 지혜롭게 상황을 이끌어가는 대북 컨트롤 타워의 부재 등일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특정 '의도'보다는 대북정책라인의 편향이나 인식의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듯 하다.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자신이 공들여 쌓았던 성과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에 상심과 분노를 느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자 남북문제에 관한 한 아직도 영향이 큰 그가 확실하지 않은 추정에 근거해 격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치적으로 소모적인 논란만 불러일으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언급을 둘러싸고 "햇볕정책의 녹슨 새장에 갇힌 앵무새", "수구냉전의 철창에 갇혀 세상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정부와 여당" 등 저급한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정부ㆍ여당의 대북정책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정파적 구도에서 한 발 물러나 인내심을 갖고 간곡하게 설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북한을 굴복시켜 버릇을 고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자세가 무익한 것처럼 김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인식을 격한 비난으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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