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ㆍ배진아 옮김/흐름출판 발행ㆍ360쪽ㆍ1만5,000원
맥주병 안에 숨겨진 마케팅 비법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저자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맥주병 마개를 딸 때 나는 '쉭' 하는 소리, 맥주 거품이 유리잔에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우리의 뇌에 무의식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맥주를 보다 에로틱하고 감칠맛 나는 제품으로 포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소비자의 뇌에서부터 출발한다. 구매를 결정하는 최종 장소와 뇌 속에 실제 존재하는 구매동기, 감정체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물건을 사는 이유, 고객의 심장을 겨누고, 구매를 유도하는 법도 소개한다. 슈퍼마켓 입구에 진열된 과일과 야채, 갈수록 늘어가는 애완동물의 숫자, 연필보다 비싼 아이펜슬을 재료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소비자의 70~80%가 무의식적으로 구매를 결정하며, 나머지 30%의 경우도 무의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뇌 속의 이른바 '빅 쓰리', 즉 균형, 자극, 지배 시스템이 구매태도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균형 시스템 상품으로는 보험, 품질보증, 에어백이 있다. 자극 시스템에는 여행업계, 로또, 전자오락 등이 자리한다. 명품, VIP이벤트, 와인 등은 우월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지배 시스템의 대표적 상품이다. 뇌 속의 이 시스템이 감정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구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심리학을 기반으로 마케팅 현상을 설명하거나 설문조사로 소비심리를 훑는 책은 많지만 뇌 연구와 마케팅 실무를 접목시킨 이런 류의 책은 드물다. 읽다 보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자가 아닌, 무의식적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인 우리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게 된다. "내 의식은 마치 내가 아주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힘들지만 현실을 타협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 역시 합리적인 소비자라는 틀을 깨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는 이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려는 소비자는 거의 없지만, 신화가 아닌 검증된 인식에 기초해 소비심리를 읽어냈을 때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말한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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