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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시오페라단 '돈 카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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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시오페라단 '돈 카를로'

입력
2008.12.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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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돈 카를로'는 그의 오페라 중 가장 장중하고 감동적인 대작이다. 16세기 스페인 궁정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사랑하는 여인을 아버지에게 뺏긴 왕자 돈 카를로와 부왕 필리포 2세, 약혼자를 아들로 부르게 된 왕비 엘리자베타의 갈등을 중심으로 깊고 무거운 고통이 가슴을 짓누르는 휴먼 드라마다.

왕의 정부이면서 왕자를 짝사랑하는 에볼리 공녀, 왕자의 친구로 억압받는 네덜란드 신교도 편에 서는 로드리고, 왕권을 위협하는 종교재판장은 세 주인공과 거의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며 팽팽한 긴장을 이룬다. 국내에서 자주 접하기 힘든 이 작품을 서울시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렸다.

27일 개막 공연을 본 소감은 한마디로 유감스럽다. 전통적인 방식을 추구했다는 연출(카를로 안토니오 데 루치아)은 밋밋하게 줄거리를 펼치는 데 그쳤다.

화려한 의상과 대형 세트가 눈길을 끌었지만, 무대에서 연출가의 손길을 느끼기 어려웠다. 오케스트라(경기필하모닉, 지휘 최승한)는 베르디 음악 특유의 박진감을 살리지 못했다.

게다가 음향 밸런스에 대한 섬세한 고려 없이 마이크를 사용, 가수들 노래만 키우고 오케스트라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2막 1장에 등장한 분수에서 계속 물 떨어지는 소리는 또 왜 그리 큰지.

무엇보다 에볼리 공녀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학남은 최악의 캐스팅이다. 그의 노래는 거칠고 불안해서 듣기에 불편했다. 고음을 내지 못해 툭 부러져 버리고, 화려한 기교가 필요한 대목은 풀어지고 뭉개졌다.

국내 대표적 메조소프라노로서 3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을 이처럼 흉하게 무너뜨리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왜 이 역에 그를 캐스팅했는지 납득이 안 간다.

다른 주역 가수들은, 좀더 강렬하고 극적인 표현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체로 좋았다. 관록의 베이스 김요한은 절대권력자 필리포 2세의 고뇌를 잘 표현했다.

돈 카를로 역의 테너 박현재는 섬세하면서 서정적이었고, 로드리고 역의 바리톤 한경석은 배역에 어울리게 당당한 기품을 보였다. 특히 엘리자베타 왕비의 비통하기 그지없는 마지막 아리아에서 소프라노 김향란의 노래는 절실한 감동을 주었다. 공연은 30일까지.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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