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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사고 1년/ 피해배상은 아직 시작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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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사고 1년/ 피해배상은 아직 시작도 못해

입력
2008.12.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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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재앙이 충남 태안 앞바다를 덮친 지 1년. 지역 주민들과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일군 ‘태안의 기적’으로 바다는 어느덧 제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주민들에 대한 피해 배상은 요원하고, 지역경제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도 걷히지 않고 있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FUND)이 10월 추정한 사고 피해액은 최소 5,663억원에서 최대 6,013억원이다. 지난 6월 추정 피해액보다 방제작업 비용 278억원이 늘어났지만, 최대 쟁점인 수산 및 관광 분야 피해액은 그대로이고 주민들 주장에도 크게 못 미친다.

피해 배상금은 주민들이 손해사정인을 통해 피해액을 파악, 국제기금에 배상 신청을 하면 국제기금이 지정하는 국내 감정인이 이를 사정(査定)한 후 지급된다. 청구 시효는 3년이다.

10월 말까지 피해대책위원회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모두 6만8,048건. 이 중 80%인 5만4,586건이 어업 양식장 등 수산 분야인데, 특히 갯벌에서 바지락이나 낙지 등을 잡아 파는 맨손어업이 4만4,000여건에 이른다. 관광 등 비수산 분야는 1만3,462건이다.

그러나 국제기금에 배상 청구된 것은 1,403건뿐이고, 방제비 133억원을 빼면 개인에게 배상이 이뤄진 것은 펜션업자 김모씨가 5,700만원(청구액 1억8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다.

이처럼 피해 배상 신청이 늦어지는 것은 피해 지역이 넓고 유형도 다양해 손해사정인의 현지 조사에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주민피해대책위가 34개나 난립해 각자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고 일부 주민들이 막연한 보상심리로 피해 신고를 늦추기도 한다.

국내 상거래 관행도 걸림돌이다. 수산물의 경우 위판장을 통한 계통출하 비율이 낮고, 맨손어업과 소형 어선어업은 현금거래가 많은 탓에 자료 미비로 배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충남도는 맨손어민들에게 수산물을 구입한 업자들이 장부 기준으로 영수증을 발부해주도록 하고 있으나 업자들은 세금문제를 우려해 꺼리고 있다.

권희태 충남도 서해안유류유출사고대책본부장은 “실제 어업활동을 했는데도 거래 자료가 없어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국제기금측에 같은 형태의 어업을 하는 인근지역 현실을 준용할 것을 설득 중이나 결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제기금을 통한 피해 배상이 난항을 겪으며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민들에게 적극적인 피해 보상을 하고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민피해대책위연합회 최한진 사무국장은 “정부가 주민들의 입장보다는 국제기금이 추정한 액수에 매몰돼 피해 규모를 산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피해 배상이 늦어지면서 지역경제에 깊게 팬 주름살은 여전하다. 사고 발생 5개월 뒤인 올 4월 중순부터 정부의 수산물 안정성 조사결과에 따라 어선들의 조업이 재개됐지만 어획량은 예년의 70~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행히 요즘 꽃게와 대하 등이 풍어를 맞고 가격도 강세를 보이며 수입면에서 예년의 수준을 회복했다.

최근 불어 닥친 경제위기도 태안지역 경제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계절적인 영향도 있지만 경기침체가 더해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횟집을 하는 김은구(56)사장은 “주말에나 손님이 오지만 사고 전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려움을 뚫고 자구책을 찾으려는 주민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사고로 45㏊의 굴 양식장을 모두 철거한 소원면 의항리 주민들은 피해가 덜한 인근 지역에서 굴을 껍질째 사와 까서 팔고 있다. 원재료를 사다가 부가가치를 높여 파는 것이다.

인근 이원면에서 굴을 사다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던 이충경(38) 의항2리 어촌계장은 “배상금만 기다리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버텨 나가자고 주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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