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바로 상업 뮤지컬이 아닐까. 올해 창작 뮤지컬계의 가장 큰 흐름인 영화의 무대화, 즉 '무비컬'(Movical) 트렌드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미녀는 괴로워'가 27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개막했다.
동명 영화(2006)를 원작으로 한 '미녀는 괴로워'는 어쩌면 그간 봐 왔던 여타의 무비컬과는 다르게 조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르며 전국 관객 662만명을 동원한 흥행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까닭에 뮤지컬 역시 철저하게 상업 뮤지컬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흔히 무비컬의 성패는 영화와의 차별성에 달린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미녀는 괴로워'는 스토리부터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는 쪽을 택했다.
키 167cm에 몸무게 125kg이 나가는 '얼굴 없는 가수' 강한별(바다, 윤공주 더블 캐스팅)이 성형수술을 통해 몸무게 46kg의 완벽한 미모의 소유자로 변신하면서 대중적 인기와 프로듀서 한상준(송창의)의 사랑을 동시에 얻는 과정, 그리고 이후 성형 사실 폭로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다.
뮤지컬의 재미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TV쇼 무대를 방불케 하는 휘황찬란한 조명과 미모의 여배우들을 '뚱녀'로 완벽히 변신시킨 실리콘 소재 마스크와 압축 스폰지 등 특수분장의 볼거리,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김성기)을 중심으로 한 유머 코드, '마리아' 등 영화 삽입곡의 라이브 실연 등이다.
가장 독특한 볼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강한별의 성형수술 후 변신 장면은 분장을 지우는 시간이 6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기대만큼 극적이지는 않았지만 한마디로 보편적인 한국 관객이 상업 뮤지컬에서 얻어 가길 원하는 화려한 볼거리와 웃음 등을 흥행의 요소로 공략했다.
여기에 첫 공연에서 강한별을 연기한 바다는 김아중이 영화에서 보여준 강한나와는 또 다른 귀엽고 엽기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흥미를 더했다.
1막의 코믹 에피소드들을 장황하게 벌린 탓에 2막의 갈등이 고조되려는 찰나에 이야기가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이어서 감동 코드는 영화보다 다소 적어졌다.
하지만 오랜 가수 생활을 바탕으로 시원시원한 무대 매너를 보여주는 바다의 '마리아'를 라이브로 듣는 1막 마지막 장면 하나만으로도 연말에 연령이나 취향에 관계없이 무난하게 모임 뒷풀이용으로 선택하기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내년 2월 1일까지. (02)3485-8700
김소연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