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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자카르타의 측정표준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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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자카르타의 측정표준 한류

입력
2008.12.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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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 아시아태평양 측정표준협력기구(APMP)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다녀왔다. 필자가 의장인 이 기구는 이 지역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들의 협의체로, 측정의 일치성을 위해 기술적, 제도적인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한국 인도 태국 호주 러시아 요르단 등 28개국이 가입되어 있으며 매년 열리는 총회는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주최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적 관광지 발리로 매우 친숙하며 풍부한 자원으로 관심을 끄는 나라지만 필자는 이 회의 이전에 방문한 적이 없었다. 초대 총리 수카르노의 독재에 대한 기억, 테러가 잦은 이슬람 국가라는 점, 개발을 위해 산림을 마구 태우는 등의 소식들로 인해 이미지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천과 자카르타 항공편이 매일 있을 정도로 교류가 많은 사실에 놀랐다. 이 많은 승객이 발리 관광객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에 의류공장을 가진 한국 사업가들임을 알았을 때 인도네시아는 더 친밀하게 다가왔다.

그곳에서도 배용준의 <겨울연가> 를 비롯한 한류열풍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드라마 해적판이 성행하고 한류게임, 태권도 등 다방면에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의 국가표준 확립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표준기관은 한국보다 10년 먼저 설립되었지만 핵심 측정장비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 보내 교정을 받고, 일부 장비는 우리 전문가들이 현지를 방문해 교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표준이 한국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남아와 아프리카, 남미 개발도상국 등에 측정 장비 제공이나 기술연수, 자문과 같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표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출을 확대하려면 각종 제품의 품질이 국제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제품을 수출하는 상대국가와 우리의 표준이 소통될 수 없다면 수출 증대나 해외시장 확대는 기대할 수 없다.

개발도상국에 우리의 표준을 보급하면 그 나라의 표준체계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체계는 우리와 동일성을 유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에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며, 수출은 자연히 증가하게 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측정표준 지원활동은 경제발전의 인프라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상대국에 가장 도움이 되면서도 견제를 받지 않고 수출 전초기지를 세울 수 있는 전략적 활동이다.

KRISS는 측정 장비 제공은 물론 프로젝트형 사업을 발굴해 수행하고 있다. 이라크 재건을 위해 표준기관을 설립하고 능력을 강화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프로젝트에 KRISS가 총괄 자문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국가 표준기관 능력 향상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에도 기술지원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또 중남미, 동남아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등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 이슈인 '지구 온난화, 식품 안전' 등은 특정 국가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이 협력해 해결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특히 표준관련 국제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더 적극적으로 도와줌으로써 우리나라의 자원 및 여러 산업분야에서 협력과 상생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광화 한국표준과학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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