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폭력조직 가운데 하나였던 전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58)씨가 30대 의사에게 억대 사기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재떨이 폭행'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의 확정 판결을 받고 현재 수감 중인 조씨는 1심 재판 당시 보석으로 풀려나자 지난해 8월께 의사 B(34)씨를 통해 고급 외제 차량을 리스로 구입했다. 보증금 등 비용 일체는 자신이 부담하고 명의만 변씨의 것으로 한다는 조건이었다.
B씨의 사기는 단순하면서도 대담했다. 보증금을 5,600만원으로 약정했으면서도 조씨에게는 "1억7,6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거짓말한 것. 조씨는 두 차례에 걸쳐 해당 금액을 고스란히 건넸고, 변씨는 1억2,000만원을 손쉽게 벌어들였다.
그러나 B씨의 '간 큰 사기'는 금세 들통났다. '액수로 볼 때 속은 것 같다'는 조씨 지인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다. 조씨의 반환 요구에 B씨는 사죄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돈은 돌려주지 않았고 결국 조씨에 의해 고소당했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B씨는 법정에서 "사업자금 수백억원을 주선해 줄 테니 차를 뽑아 달라는 조씨 부탁에 명의를 빌려줬고, 보증금 차액은 약속한 자금을 받지 못해 변제 명목"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서형주 판사는 최근 "피해액이 고액이고 수법을 봐도 죄질이 불량하다"며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1억2,0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B씨는 현재 항소한 상태이며, 조씨 역시 수입차 판매사인 C사를 상대로 "직원이 전후 사정을 잘 확인하지 않아 B씨의 범행을 방조한 과실이 있는 만큼 보험금과 리스료 등 1억3,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옥중 소송'을 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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