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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에 대한 낙관과 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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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에 대한 낙관과 비관

입력
2008.12.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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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0월 국회 연설에서 "이번 금융 위기가 끝나면 세계 모든 나라의 경제력 순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지금의 위기가 지나가면 경제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중국은 올 연말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위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내심 2위 일본과의 격차도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금융위기 이후에 대한 자신감

중국의 속내는 최근 홍콩 문회보(文滙報)에 실린 시사평론가 리인차이(李因才)의 기고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냉전 종식 후 로마제국과 같았던 미국과, 서기 1500년 이래 세계를 주름잡은 서구가 지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같은 문명사적 패러다임 변화의 원인으로 제국의 힘을 과도하게 확장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오만을 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비서구권 신흥경제국의 성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리인차이는 "현 정세는 신흥경제국의 선두인 중국에 지극히 유리한 상황"이라며 "중국은 어렵지 않게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맺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진단에 동의해서인지 11월 15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직전, 중국이 건실해야 세계 경제가 빨리 회복될 수 있다는 논리로 국내 경제를 우선하는 정책을 확정했다. 경제력, 나아가 국력을 외부 문제의 해결보다는 내부 문제의 해결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한 해군 파병에서 그런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한국 독일 등이 파병 계획을 발표했을 때 중국 네티즌도 국력에 걸맞은 역할 등을 이유로 파병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자원 외교 등 전략적 국익을 해칠 가능성을 우려하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자원외교에 역점을 두겠다는 한국 정부가 자국선 보호 등의 명분으로 파병을 추진했다가 예산문제 등으로 급선회한 것과 대조된다. 미국이 요청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매입에 뜨악한 반응을 보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은 대신 "미개척지인 중서부 지역과 농촌 시장만 부양해도 9% 성장은 어렵지 않다"며 자신만만하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접견하려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를 막기 위해 에어버스 구매 협상을 취소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중국은 이렇듯 위기 속에서도 힘의 비축에 진력하고 있다.

지난 주 중국은 최고 갑부인 황광위(黃光裕) 궈메이(國美) 그룹 회장 구속사건으로 시끄러웠다. 비리 경제인 구속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홍콩 등 세계가 황의 구속을 보도한 후에야 중국 정부는 마지못해 그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이런 폐쇄성을 보이는 한 지도국가로서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듯하다.

지속 가능 성장의 적은 내부에

베이징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19세 청년이 선천성 빈혈을 교도소에서 공짜로 치료 받기 위해 강도 짓을 했다는 최근 보도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민의 상당수가 사회안전망 밖에 있는 현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 최근 중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자 생계형 시위가 빈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이 넘어야 할 진정한 도전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징후가 더욱 농후해지고 있다.

이영섭 베이징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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