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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러 공생국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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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러 공생국가론

입력
2008.12.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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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 이후 국제정치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주목되는 흐름의 하나는 지역통합 활성화다. 유럽연합(EU)의 발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EU의 정치적 통합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리스본 조약이 6월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제동이 걸리긴 했다.

그러나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최신판은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 리스본조약에 거부감을 보였던 나라들의 기류가 바뀌면서 통합유럽의 꿈 실현이 한층 빨라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EU 외에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태경제협력체(APEC), 남미공동시장 등 지역경제 통합 움직임도 활발하다.

■ 지역통합에는 경제통합, 국가연합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 중 국가연합은 일부 위임 권한을 제외하고는 구성국들이 대내외적으로 독립적 주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느슨한 통합의 형태다. 역사상 1778~1787년의 미합중국, 1815~1848년의 스위스연방 등이 국가연합에 해당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남북 통일의 한 단계로 설정하고 있는 남북연합도 국가연합의 한 형태다. 한ㆍ몽골 국가연합론도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 사회학자 블라디미르 수틴 박사가 주장하는 '한ㆍ러 공생국가' 역시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ㆍ러 국가연합'이다.

■ 수틴 박사는 2005년 언론기고 '코리아 선언'을 통해 시베리아ㆍ극동 개발을 위한 한ㆍ러 국가공생론을 펼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평화통일재단(이사장 곽정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지난달 28일 '21세기 프런티어 시베리아 개발은 한민족 손으로' 제목의 강연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한민족의 우수한 기술과 인력을 러시아 시베리아ㆍ국동지역의 풍부한 자원 개발에 활용하면 양국이 윈윈하는 공생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내국인 권리를 부여하고 거주 이전을 자유롭게 하는 수준의 국가연합 형태다.

■ 그의 발상은 러시아의 인구 감소로 시베리아ㆍ극동 지역이 사실상 공동화하고 있는데, 이 공백을 중국인들이 메우는 사태를 막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세계 13위권 경제대국이면서 자원빈국의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 시절부터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서 민족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원대한 꿈을 꾸어 온 것과도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그 구상은 결국 북한 땅을 거쳐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도 지금 북한과 이렇게 갈등을 빚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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