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의 관심사다. 개인적 특성만으로도 주목을 끄는 터에, 인선을 통해 통합과 실용의 리더십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호감을 넘어 찬사가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그가 발표한 백악관과 내각의 면면은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자세도 우리의 경우와 대비돼 더 인상적이다.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실패하면 안 되듯이 오바마도 실패해서는 안 된다. 그는 미국 대통령 당선자만이 아니라 금융위기의 책임 있는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세계 지도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인물이다.
오바마가 알려준 공직의 환경
그런 오바마가 최근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작은 상자에 갇힌 느낌"이라는 말을 했다. 극도로 행동을 통제 당하고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환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젊고, 격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니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공직자가 된다는 것은, 특히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원래 작은 상자에 갇히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언행이 부자유스러운 작은 상자에 갇히거나 모두가 들여다 볼 수 있는 유리방에 들어가는 것이 공직자의 본래 환경이다. 그것은 정직하고 사심 없는 자세로 나보다는 국가와 사회 전체를 생각하며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한창 시끄러운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을 보면서 공직자와 그 주변의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수사 중인 사건이므로 결론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권력의 힘과 맛에 기댄 대통령 측근들의 짝짜꿍이 두드러져 보인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은 또다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백과사전적 정의가 재미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세무 공무원이며 제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둘째 형이다.' 동시였든 아니든 2중의 상자 안에 갇힌 사람인 셈이다. "대통령의 형으로 사는 게 너무 괴롭다"는 그의 말은 적확한 언급이다.
그런 위치의 사람을 이용해 자리와 사리를 챙기려 한 공직자들이 더 나쁠 수 있다. 하지만 빈 틈이든 하자든 아니면 허술한 성격 때문이든 의혹과 파문은 결국 본인의 책임이며 자기 탓이다. 그는 일반 공무원들보다 더 공공성이 높아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정권이 교체되면 공공성에 관한 아무런 개념 없이 갑자기 공직자가 되어 취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권 교체로 자리가 교체되는 것은 당연하다. 전 정권이 임명한 사람을 쫓아내려고 안달하는 것도 보기 흉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는데 자리에 연연하는 것도 꼴 사납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을 내몰고 어떤 사람을 앉히느냐 하는 점이다. 크고 작은 공직을 그저 나눠 먹어야 할 자리로만 생각한다면 무슨 무슨 게이트나 비리 의혹은 계속해서 터지게 마련이다.
전 정권과 달리 의혹 없으려면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사람을 잘 써야 하며, 오바마가 보여주듯 진정한 통합과 실용의 리더십이 구현돼야 한다. 교장이 맑고 바르면 그 학교는 잘 된다. 그런 생각으로 장관을 기용하고, 각 기관에 맑고 바른 사람을 써야 한다. 장관 청문회에서 "공직을 맡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예상했더라면 좀 다르게 살았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배제해야 한다. 유능 무능을 떠나 공개념이 없는 인사를 공직자로 앉혀서는 안 된다. 언제 개각을 하든 이 점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 수사 중인 사건이 전 정권을 겨냥한 표적수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은 사실대로 밝혀야 하고, 전 정권 사람들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 어떤가를 현 정권 사람들은 스스로 항상 점검하고 살펴봐야 한다. 당신들은 상자 안에 갇힌 사람들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