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6시10분. 국회 문방위원장인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스미스씨의 전화를 받고 눈을 떴다. 두 사람은 경제 위기와 북한 상황에 대해 10분 간 '영어로' 대화했다.
의원 30여명이 고 위원장처럼 영어로 아침을 시작한다. 국회 의정연수원이 진행하는 '전화영어 프로그램'이다. 영어 원어민이 정해진 시각에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10여분 간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한 달 비용 10만원 중 6만원은 국회에서, 4만원은 의원이 부담한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이 일부라도 돈을 내야 열심히 할 것 같아 낸 묘안"이라고 했다.
프로그램 참여자 중엔 의원 외교 중에 영어 못하는 '설움'을 느낀 비유학파가 특히 많다. 4년 넘게 전화영어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국제회의에 참석하면 영어 단어는 아는데 막상 머리 속에서 나오질 않더라"며 "어느새 영어 공포증이 없어졌다"고 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의 파트너는 주한미군 군무원의 부인이다. 조 의원은 "시사 이슈부터 자녀 양육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면서 "최근 미국 대사관에 초청받았을 때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김진표 최고위원과 이용섭 의원 등 장관 출신 의원들이 열심이다. 이 의원은 "영어의 왕도는 매일 쓰고 매일 읽는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도 몇 달 째 '열공' 중이다.
의원들의 열의가 넘치자 국회는 주 3회 1시간씩 진행하는 오프라인 영어 강의도 개설했다. 수강료는 따로 없다. 8월 개설 땐 의원 26명이 등록하는 등 인기를 누렸지만 26일 오전 강의엔 4명만 참석했다.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오늘은 영어로 이메일 쓰는 요령을 배웠다"며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기본 아니냐"고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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