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가 사이가 각별했던 부녀를 죽음으로 몰았다. 딸의 사채를 갚을 길이 없자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7일 오전 11시10분께 경기 평택시 오성면 안성천변 수로 배수문에서 이모(51ㆍ무직)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이틀 전인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전동 딸(23)의 집에서 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서울송파경찰서는 이씨가 지인에게 전화를 해 "딸을 목 졸라 숨지게 했다"고 말한 사실을 확인,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이씨의 행방을 쫓아왔다.
경찰은 이 같은 참극이 딸이 끌어다 쓴 사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딸은 지난해부터 인터넷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하다 장사가 잘 되지 않자 사채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권모(48)씨는 "정확한 원금은 모르지만 사채업자 7곳에 7,000만원 정도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게다가 최근 딸이 친구에게 300만원의 빚 보증을 섰다가 떠안게 돼 더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등학생 아들이 호주로 유학을 떠난 뒤 딸에게 더욱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딸이 주말에 부모가 사는 평택에 내려오면 부녀가 함께 장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단란했던 부녀는 사채 때문에 갈등을 빚었고 결국 비극을 맞았다.
권씨는 "최근 남편이 딸 대신 사채업자들을 만나 이 달 25일까지 빚을 모두 갚아 주기로 했으나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고민했다"며 "일부 사채업자에게 모욕을 당했는지 최근에는 말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평소에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딸을 남편이 살해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울먹였다.
경찰은 이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사채업자들의 불법 추심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사자가 모두 숨져 어려움이 있지만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채 규모와 악덕 사채업자의 개입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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