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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상 바꾸고 희망 바이러스 된 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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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상 바꾸고 희망 바이러스 된 음악의 힘!

입력
2008.11.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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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단지 희망사항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베네수엘라의 무료 음악교육 '엘 시스테마'는 "그렇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웅변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채 자라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악기를 주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음악을 가르친 이 프로그램은 낮은 곳으로부터의 혁명이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의 자랑이자 전 세계가 배우고 싶어하는 모델이 됐다.

엘 시스테마가 낳은 특급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27)과 '엘 시스테마 아이들'로 이뤄진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가 드디어 한국에 온다. 12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두다멜과 이 오케스트라는 가는 곳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음악에 대한 그들의 더없이 순수한 열정과 기막힌 연주, 그 바탕이 된 엘 시스테마에 놀라고 감동을 받는다. 베를린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엘 시스테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건 기적이다. 지금 음악계에서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 음악교육이 기적을 일으키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문화부 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69)가 1975년 사회운동 차원에서 시작했다. 첫 연습을 하던 날, 지하 주차장에 모인 7명의 아이들로 출발한 그의 꿈은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

마약 남용과 무장강도로 아홉 번이나 소년원에 갔던 아이가 클라리넷을 가르치는 음악교사가 되는 등 엘 시스테마가 아이들의 삶을 바꾼 극적인 이야기는 한둘이 아니다. 엘 시스테마 출신으로 베를린필 최연소 단원이 된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슨 루이스(23)는 "엘 시스테마는 구원과 변화를 뜻한다"고 말한다.

지난 30여년간 엘 시스테마를 거친 아이는 40만명. 지금도 2~18세 어린이와 청소년 25만명이 200개가 넘는 전국의 누클레오(지역센터)에서 매일 서너 시간씩 음악 연습을 한다.

지도 교사는 1만5,000여명. 아이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고, 학습장애나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많다. 엘 시스테마의 어린이 오케스트라는 90여개,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130여개나 된다.

현재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사회복지부 산하 국립음악교육재단(FESNOJIV)이 운영하며, 정부가 2,9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평균 4,000달러도 안 되는 나라가 이처럼 큰 투자를 하는 것은 엘 시스테마를 통해 음악의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FESNOJIV는 "우리의 목표는 전문 연주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가난과 범죄에서 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엘 시스테마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참여하는 아이를 지금의 2배인 50만명으로 늘리고, 이 프로그램을 모든 학교에 도입하고, 쓰레기더미를 뒤져서 살아가는 집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3개 지역에서 특별사업도 할 계획이다.

■ 오케스트라에서 삶을 배운다

엘 시스테마는 모든 아이들을 환영한다. 선발 시험이나 오디션은 없다. 아이들은 누구나 음악을 즐기고 악기를 배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악기를 잡을 수만 있으면 두살배기도 받아들인다. 신체장애가 있어도 상관없다. 예컨대 손이 작은 다운증후군 아이에게는 손에 잡기 쉬운 탬버린이나 타악기를 쥐어 준다.

엘 시스테마는 앙상블에 기초를 둔 오케스트라 교육이다. 혼자 잘 하기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을 통해 음악적 조화뿐 아니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음악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서로 협동하면서 조화와 연대를 배운다. 그 점에서 엘 시스테마는 단순한 음악교육이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통한 시민교육이기도 하다.

수업은 그룹으로 이뤄진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실로폰 등 간단한 타악기를 갖고 놀면서 음악의 기초를 익힌 다음 악기를 받는다. 악기를 받자마자 앙상블 연습을 시작한다.

단체로 레슨을 받고 합창도 하다가 연령별, 지역별 오케스트라에 들어간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열 살만 되면 큰 아이가 더 어린 아이를 지도한다. 엘 시스테마와 함께 자란 아이들 중 상당수가 교사가 되어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 세계를 휩쓰는 엘 시스테마 열풍

남미 국가 대부분이 이웃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도입했다. 유럽과 미국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내년 가을부터 두다멜을 음악감독으로 맞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10월 미국판 엘 시스테마의 효시가 될 'LA 청소년 오케스트라'(YOLA) 계획을 발표했다. 시범 사업으로 LA 남부의 소외지역 공립학교에 다니는 7~18세 아이들 150명으로 첫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악기를 제공하고 레슨도 무료다.

스코틀랜드의 엘 시스테마는 '빅 노이즈'(Big Noise)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다.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는 마약과 범죄, 술에 찌든 곳으로 악명 높은 라플록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악기를 주고 무료 교육을 시작했다.

엘 시스테마 방식의 음악교육을 학교 정규 수업에 넣어 주 3시간 그룹 레슨을 하고 있다. 영국 문화부는 엘 시스테마 모델에 따른 음악교육으로 라플록을 비롯한 3개 빈곤지역 프로젝트에 200만파운드의 예산을 별도 배정했다.

베를린필이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음악교육 프로그램 Zukunf@BPil도 엘 시스테마와 교류하며 동지 의식을 나누고 있다. 독일어 Zukunf는 미래라는 뜻이다.

■ 한국에도 엘 시스테마를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곽승씨는 16년째 엘 시스테마에 참여하고 있다. 친분이 있던 멕시코계 지휘자 에두아르도 마타의 소개로 엘 시스테마와 인연을 맺은 그는 매년 두 차례 베네수엘라로 가서 아이들에게 지휘를 가르친다. 두다멜도 그의 학생이었는데, 워낙 뛰어나서 가르칠 게 없었다고 한다.

"엘 시스테마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프로그램이죠. 그 아이들이 연주하는 것을 보면 눈물이 나올 정도예요. 실력도 놀랍지만 음악이 좋아서 정말 재미있게 하는 그 아이들을 보면 제 모든 것을 쏟아주고 싶어집니다.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같은 지휘자와 베를린필 단원들도 크게 감동해서 아이들을 찾아와 지도해 주고 있지요."

그는 "한국도 한국에 맞는 엘 시스테마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한다. "엘 시스테마의 성공에는 창안자 아브레우 박사의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30여년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정치가이기도 했던 그는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설득해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을 끌어냈죠. 예술교육이 뿌리 내리려면 엘 시스테마처럼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그건 단기 투자가 아니라 한 세기를 내다보는 일입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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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마에스트로 두다멜 '엘 시스테마' 아이들과 공연

뽀글뽀글 곱슬머리에 살인 미소를 날리는 27세의 젊은 지휘자, 두다멜. 내년 가을부터 미국 정상급 오케스트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을 이끌 그는 '클래식음악의 앙팡 테리블' '번개 같은 지휘자' '슈퍼 컨닥터(Super Conductor)' '지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으로 불린다.

혜성처럼 등장한 이 청년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베를린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내가 아는 젊은 지휘자 중 가장 놀라운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두다멜은 엘 시스테마의 상징이다. 그가 엘 시스테마에 들어간 것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살사 밴드의 트롬본 주자여서 트롬본을 잡았지만 팔이 짧았다. 대신 바이올린을 배웠다. 장난감을 오케스트라처럼 늘어놓고 음악을 틀어놓은 채 지휘자 놀이를 하던 어린 두다멜은 엘 시스테마의 또래 아이들과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면서 선생님이 오기 전에 지휘를 하곤 했다.

열다섯살 때부터 정식으로 지휘를 배웠다. 3년 뒤 엘 시스테마 최고의 앙상블인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됐다. 2006년 스웨덴 예테보리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가 됐고 베를린필, 시카고 심포니, 뉴욕필, 필하모니아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SBYO)는 베네수엘라의 문화 아이콘이다. 전국의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들을 수도 카라카스로 불러 모았기 때문에 실력이 굉장하다.

두다멜은 이 오케스트라에 대해 "우리는 가족이고 함께 자란 형제 자매다. 거기서 나는 음악뿐 아니라 인생을 배웠다. 평생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한다.

두다멜과 SBYO는 미국, 남미, 유럽에서 뜨거운 무대를 선보였다. 영국의 프롬, 스위스의 루체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등 최고의 음악제에서 연주했다. 베토벤, 말러, 차이코프스키 교향곡과 남미음악으로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4장의 음반을 발매, 최고라는 평을 들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음악을 흠뻑 즐긴다. 번스타인의 '맘보'를 연주하는 그들의 유튜브 동영상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신나는 리듬이 나오자 아이들은 악기를 들고 일어나 춤을 추며 연주한다. 연주를 마치고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과 두다멜에게 객석은 열렬한 기립박수를 보낸다.

한국에는 처음인 이들의 이번 공연은 앞뒤로 중국과 일본을 잇는 첫 아시아 투어다. 12월 14일 오후2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니 댄스'와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다음날 오후 8시 공연에서는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을 남미 작곡가 카스테야노스의 곡과 함께 들려준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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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지자체·기업도 "예술교육 손길"

'엘 시스테마'는 음악교육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날개를 달아준 사회운동이자 혁명이다. 엘 시스테마처럼 크고 강하진 않지만, 한국에서도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가들이 각 지역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예술교육 활동은 그동안 비록 규모가 작고 산발적이긴 했지만 꾸준히 있어 왔다. 거기에 이제 기업과 지자체, 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저소득 소외계층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뿐 아니라 범위를 넓혀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를 아우르는 예술교육이 진행 중이다.

2005년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일단 국내 예술교육의 새로운 전기가 됐다. 예술교육 지원을 전담하는 이 기구가 생기면서, 비로소 국가 정책 차원의 본격적인 접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그동안 전국의 초중고교에 예술강사를 파견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올해는 국악, 영화, 연극, 무용, 만화ㆍ애니메이션 분야에서 3,500여명의 강사진이 3,700여개 학교에서 55만명의 아이들과 만났다. 이 프로그램은 각 학교의 재량활동이나 특별활동 시간에 이뤄지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서 내년엔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예술꽃씨앗학교' 사업은 국내 예술교육 사상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예술교육에 힘써온 작은 초등학교 10개를 선정, 전교생이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4년간 매년 1억원씩 집중 지원한다. 제주도의 예술꽃씨앗학교로 선정된 남원초등학교 아이들은 직접 만든 영화 '유쾌한 체인지'로 올해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모임인 한국메세나협의회가 펼치는 프로그램 '어린이를 위한 예술'은 삼성과 한화의 지원으로 올해 서울ㆍ경기ㆍ충청의 29개 지역아동센터에서 600여명의 아이들에게 음악ㆍ미술ㆍ영화 등 3개월 과정의 예술교육을 진행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도 올해 7월부터 초등학교 방과후교실에 예술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을 시작, 163개교 212개 학급에서 연극ㆍ무용ㆍ만화ㆍ애니메이션 분야의 예술교육을 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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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을뻔한 네 꿈을 펼쳐봐" 아름다운 동행

■ 해피뮤지컬스쿨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장유정(17ㆍ경인고2)양의 방과 후 행보는 떡볶이집 아니면 요구르트 전문점 또는 옷가게 등으로 이어졌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도 뮤지컬 배우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40만~50만원에 달하는 연기학원 수강료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장양이 화ㆍ목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들르는 곳은 식당도 가게도 아닌 충무아트홀 연습실이다. 오후 6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그곳에서 무용과 음악, 연기 등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기초 교육을 받는다. 몸은 고되지만 학원비 걱정 없이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딛는 지금이 행복하기만 하다.

장양은 SK텔레콤이 예술교육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해피뮤지컬스쿨'에 다닌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곳이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연출한 한진섭씨가 교장, '그리스' 연출자 정태영씨가 교감을 맡고 있으며 '지킬 앤 하이드'의 음악감독 원미솔씨가 음악 지도를 책임진다. 봄부터 수업을 받은 17명의 1기 학생들이 지난 9월 한차례 공연을 선보였고, 9월부터 2기 16명의 학생들이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다.

25일 찾아가 본 해피뮤지컬스쿨의 수업 내용은 짝사랑하는 사람의 집을 찾아가 고백하는 장면을 주제로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하는 것.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이 선보이는 사랑 연기에 또래 청소년들이 그렇듯 자지러지게 함성을 지르다가도 1시간 30분의 수업이 끝나자 "작가의 마음을 알게 됐다"고 짐짓 점잖게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강사 김유정(25)씨는 "첫 수업 때와 비교하면 아이들의 연기 집중력이 부쩍 좋아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서정화 예술교육지원센터 기획국장은 "처음에 한 데 섞이기 어려운 듯 보였던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어가면서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에서 예술의 힘을 느낀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꼽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 역시 자신감 획득이다. 한때 뮤지컬 배우의 꿈을 접으려 했다는 전초룡(14ㆍ서울사대부설중2)군은 "연기할 때만큼은 내가 아니니까 나의 싫었던 점을 보완할 수 있어 좀 더 당당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해피뮤직스쿨

초등학교 6학년 효빈이의 꿈은 피아니스트다. 그러나 홀로 효빈이를 키우는 엄마는 효빈이에게 계속 음악교육을 시킬 자신이 없었다.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던 때, 음악에 소질이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 교육 '해피뮤직스쿨'을 만났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2년 과정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 지난해 선발된 1기 45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고, 2기 22명이 배우고 있다.

아이들은 주말마다 레슨을 받는다. 집안이 어려워 학교를 못 다니는 아이, 차비를 아끼느라 멀리 동대문에서 레슨 장소인 서울 정동의 예원학교까지 걸어다니는 아이도 있다.

22일 올해의 마지막 레슨을 받는 효빈이를 만났다. 아주 밝고 씩씩했다. 엄마는 해피뮤직스쿨 2년 과정을 마친 뒤가 걱정이다. 효빈이는 "선생님 발목을 붙잡고 늘어져서라도 계속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효빈이를 포함해 해피뮤직스쿨에서 세 아이를 지도하는 피아니스트 김승연씨는 "가정 형편 때문인지 아이들이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가르쳐주는 것을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애쓴다"고 말한다.

효빈이 엄마는 "주변에서는 계속 뒷받침해 주기 힘드니 지금이라도 그만두라고 하지만, 아이가 가장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선생님도 엄마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 신나는 예술교실

26일 오후 서울 불광동의 한 교회. 이곳에 자리잡은 은광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막대 모양의 타악기 붐체카로 도레미송 연습에 한창이다. 저마다 양손에 붐체카를 들고 바닥을 두드리면서 신이 났다.

여기 아이들은 한화가 지원하는 '신나는 예술교실' 프로그램으로 3개월 간 타악기 수업을 했다. 대부분 저소득층에 한부모 가정 또는 조부모 손에 크는 아이들이 많다.

은광지역아동센터 지도교사 김정래씨는 이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 눈에 분노가 가득한 채 또래 아이들 때리기를 일삼던 한 아이는 함께 타악기 연습을 하면서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게 됐다고 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강유진 인턴기자(이화여대 4)

■ 콜롬비아엔 '몸의 학교' … 무용 배우며 사랑·배려 익혀요

지난달 열린 제1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08)에서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된 해외 초청작은 콜롬비아 무용단 '몸의 학교'(엘 콜레히오 델 쿠에르포)의 '몸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였다.

무대를 꾸리기 위해 방한한 '몸의 학교' 공동 설립자 알바로 레스트레포와 마리 프랑스 들뢰뱅에게는 입국 전부터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참가 작품 자체보다, 특별한 사회적 의미를 가진 이 단체의 성격 때문이었다.

1997년 중남미 현대무용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무용수이자 안무가 알바로 레스트레포와 프랑스 출신 안무가 마리 프랑스 들뢰뱅이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 설립한 '몸의 학교'는 가난과 정치적 혼란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현대무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베네수엘라에 '엘 시스테마'가 있다면 콜롬비아에는 '몸의 학교'가 있는 셈이다.

"'몸의 학교'는 존엄과 배려로 몸을 다루며 몸에 내재된 다양한 언어와 무한한 가능성을 배우는 곳이다. 우리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고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란다.

그들이 단지 무용 분야의 국제적인 예술가가 되기보다는, 세계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인이 되기를 바란다"는 게 설립자 알바로 레스트레포의 말이다.

'몸의 학교'의 교육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전문 무용수와 안무가, 교육자를 양성하기 위한 '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학생들을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으로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하는 '춤과 함께 하는 교육'이다.

'춤과 함께 하는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은 분노와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으로서의 무용을 접하게 된다. '춤을 위한 교육'은 이론 수업과 무용 실습을 겸비한 8년 과정에 2년 간의 대학 수준 과정을 더해 총 10년 과정으로 진행된다. 현재 20~30대인 첫번째 졸업생들이 무용 지도자와 교사로 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세계를 돌며 춤을 선보이고 있는 '몸의 학교'는 2003년 유네스코 평화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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