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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책임·능력 갖춘 정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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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책임·능력 갖춘 정부가 그립다

입력
2008.11.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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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당선자 진영에서 대북 특사 파견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북ㆍ미 직접대화 추진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북한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류를 전면 차단함으로써 정부의 '실용외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북한이 자해적인 벼랑끝 전술로 우리 정부에게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발상의 전환만 하면 우리가 북한을 얼마든지 통제하고 관리해나갈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든다.

북의 비이성적 행동 대비해야

먼저 초강대국이자 직접적으로는 북한으로부터 안보 위협도 받지 않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6년간 북한을 '악의적으로 무시'하고 압박을 가하면서 버릇을 고치려 하였으나, 북한이 핵 실험을 감행하자 오히려 북ㆍ미 대화로 정책을 전환하여 식량을 지원하면서 어느 정도 북핵문제의 진전을 보아 이제는 이것을 외교정책의 성과로 내세우려는 모습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는 북한이 쉬운 상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일 지배체제인 북한의 주민들을 반체제 투쟁으로 유도하는 전단 살포를 결과적으로 방관하고 국제사회에서 대북 비난에 앞장서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없이 필요 이상으로 북한을 자극하면 북한은 버릇을 고치기보다는 오히려 체제 강화와 남북 대결로 나올 뿐이다.

또한 미국과 달리 우리는 심장부가 북한의 사정권 내에 있어 북한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나올 경우 이를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간 축적해온 경제적 성과마저 상실할 수 있는 여건에 있다. 이러한 우리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면 대화로 나올 리 없다. 더구나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친선을 유지하고 있고, 부시 행정부는 북핵 폐기 2단계 마무리에 급급하고 있으며 오바마는 외교대표부 설치까지 거론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이 태도를 고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들은 정부가 책임과 능력을 보여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정부의 태도라고 보기가 어렵다. 북한이 비이성적인 조치를 순차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계속 차후의 선택은 합리적으로 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안이하다. 예를 들면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북한에 더 손해이므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방관하는 것은 정부의 소임을 다하는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북한에게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책임있고 능력있는 정부라면 북한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한편 이러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고 더 이상 일탈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한미관계가 좋아도 미국 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배려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마련이므로, 남북관계 개선을 종용하기보다는 남북한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비용은 한국에게 전가할 수 있는 현 상황을 즐길 것이라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를 자초하지 않으려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대화로 이끌고 경협 활용토록

따라서 북한을 일단 대화와 협상으로 이끌고 우리가 비교 우위를 가진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활용하여 북한을 통제하고 관리하여 우리 정부와 국민을 존중할 수밖에 없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북이 내심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경협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로 초래되는 체제 불안을 스스로 감당하면서도 우리의 지원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한미 통화 스와프나 G20 및 APEC 경제정상외교에서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의 경제력이 성장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대북정책도 이 점에 착안하면 획기적인 반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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