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바깥에서 들린 총소리와 폭발음 때문에 잠시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테러 당시 뭄바이 타지호텔에서 공포의 시간을 보낸 강기택 뭄바이 주재 영사는 "지금 돌아봐도 오싹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26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시작된 '한국ㆍ인도 실업협회' 창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기업 주재원, 영사관 직원 등 한국인 25명과 함께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별다른 피해 없이 한국인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빠져 나온 그는 27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전해주었다.
_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연회장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총성이 들렸다. 그때가 26일 오후 10시 15분께 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밖을 내려다보니 거리에 사람이 없고 상가도 문을 닫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연회장은 호텔 신관 19층에 있는데 테러범이 호텔 구관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이 혹시 우리가 있는 곳으로 건너올까 봐 연회장을 어둡게 하고 커튼을 쳤다."
_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다들 바짝 긴장했다. 그래도 범인들이 구관에 있어서 우리는 어쩌면 아주 위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회장에는 행사 참석자 35명만 있었지만 이곳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사람들이 몰려와 120명 정도가 함께 있었다. 동양인은 비교적 여유를 보였지만 테러에 민감한 서양인은 매우 불안한 표정이었다. 20~30분 간격으로 폭발음이 들릴 때마다 공포감이 밀려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을 되찾고 연회장 TV 뉴스를 보면서 상황을 주시했다."
_총성을 듣고 왜 곧바로 호텔을 탈출하지 않았나.
"테러범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고 호텔 측에서 밝혀 섣불리 밖으로 나가기 보다 호텔 안에 있는 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관 사람들도 호텔에 머무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 한동안 안에 있었다고 들었다."
_호텔을 빠져 나올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달라.
"27일 오전 2시 30분이 지나면서 총성이 잠잠해졌다. 호텔 직원이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라고 안내해 다른 한국인들과 함께 걸어서 빠져 나왔다. 구관 커피숍에 있던 한 한국인 여성은 다른 일행과 함께 유리창을 깨고 사다리를 타고 탈출했다. 끔찍한 상황이었지만 한국인 모두가 무사해 다행이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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