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의 국무장관 내정을 계기로 급부상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역할론을 둘러싸고 계파 간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친이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현 정권을 도와준 것이 없다며 이제라도 경제 위기와 남북 관계 경색 등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대중적 기반이 있는 박 전 대표가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박 전 대표를 매도하지 말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5일 "정권이 어려울 때는 박 전 대표가 정부를 도와 주는 것이 맞다"며 "박 전 대표는 (정부를) 비판만 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해 친박계를 자극했다. 26일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소리장도'(笑裏藏刀ㆍ웃음 속에 칼을 숨기다)의 비유를 들면서 "이명박 정부가 촛불집회를 겪을 때 (박 전 대표가) 도와 준 적이 없고, 지난달 재보선 때도 아무 역할을 안 했다"며 "오히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중앙과 지방 간 갈등이 일었을 때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중진일언중천금(重鎭一言重千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같은 당에서 서로를 잘 지켜봐 온 사이인데 (박 전 대표의) 애당심과 소속감을 의심하는 말을 직설적으로 했으며 막말에 가까운 일방적 매도도 있었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도발인지 돌발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명백하게 부적절한 처사라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또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 위기 극복에 기여하도록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자"고 덧붙였다.
친이계는 이에 지지 않았다. 친이 중진인 안상수 의원은 2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박 전 대표가 할 일은 어떤 자리가 주어지든 연연하지 말고 이명박 정부와 힘을 합쳐 경제 위기극복에 앞장서는 것"이라며 가세했다. 안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박 전 대표가 큰 지도자이기 때문에 먼저 마음을 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한 친박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통령과 정부를 돕지 않은 적이 있냐"며 "대통령이 하려고 하는 것을 반대한 적도 없으며 자리도 요구한 적도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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