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와 해외로부터의 달러조달난은 그동안 원ㆍ달러 환율 폭등을 부추긴 최대 원인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27일 발표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으로부터의 달러 조달 소식은 환율 안정에 대형 호재가 됐어야 맞다. 하지만 시장은 두 뉴스의 행간에 숨은 불안요인에 더 주목하는 듯 하다. 실제 이날 환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덤덤한 환율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겨우 2.1원 내린 1,4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일찍 발표된 두 뉴스보다는 하루종일 실수요에 의해 움직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환율이 외국인의 2,300억원 가량 주식 순매도와 공기업 등의 월말 달러 결제수요 같은 실수요에 의해 오르내렸다고 전했다. 10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는, 반대로 자본수지 최대 순유출에 빛이 바랬고, 미국으로부터의 통화스와프 자금 유입은 실질적인 달러난 해갈보다는 외환보유액 감소 예방조치로 해석돼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주가 강세와 경상수지 흑자 소식에도 월말 달러화 수요가 늘면서 환율 하락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환율 떨어질까
이번 조치 등을 계기로 환율 안정을 기대하는 당국과 달리 시장은 앞으로도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계속할 것으로 보는 눈치다. 달러가 계속 부족할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10월 경상수지가 49억달러 이상 흑자를 냈지만 자본수지 유출초과액(적자)은 255억달러에 이른다. 상품과 소득, 서비스 등 경상부문에서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더라도 국내 금융기관 등이 채무를 갚기 위해 대규모의 달러를 내보내고 있는 상황인 셈. 또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이 계속 중이다. 11월과 12월 경상수지도 흑자는 되겠지만 10월처럼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그 동안 수출업체의 과도한 선물환 헤지 등으로 경상수지 개선이 단기간에 환율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수출업체들이 선물환을 통해 미리 외환시장에 달러를 매도한 규모가 많아 새로 생긴 경상흑자 가운데 상당액은 실제 달러 매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무역수지가 14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수출기업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661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에서 통화스와프 자금을 가져오는 것도 이미 상당부분 시장에 반영된데다 당국의 또다른 목적이 더 주목받고 있다. 10월말 2,122억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최근 당국의 달러공급 등을 감안하면 이미 2,000억달러 아래로 내려왔을 가능성도 높다. '2,000억달러 붕괴'를 두려워 한 당국이 당장의 시장 안정보다는 외환보유액 방어용으로 스와프자금을 들여왔다는 분석이다
.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부장은 "오히려 통화스와프 만기연장이나 한도 확대, 한중일 통화스와프 가시화 여부 등 새로운 재료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