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밀집지역의 심각한 주차난 해소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학교주차장 야간 개방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운동장 등 시설에 대한 사용허가권을 쥐고 있는 학교측이 안전사고 위험성, 교내 기물 파손 등을 이유로 시설 개방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일선 자치구들은 학교측과 협의를 거쳐 2002년부터 학교운동장 야간 개방 등을 통해 부족한 주차공간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행 이후 지난달말 현재 도봉ㆍ금천구 등 17개 자치구에서 총 9,455면 규모의 주차장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학교 야간 주차장 개방은 학교당국의 비협조와 일부 자치구의 무관심 등으로 겉돌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서울 도심에서 주차장 활용을 위해 밤에 운동장을 개방하는 학교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반주택이 밀집한 구로구 등 8개 자치구의 경우 올해들어 단 1개의 학교도 야간개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또한 성북구 등 8개 자치구도 올해 각각 1개의 학교만 운동장을 야간에 개방하고 있다.
학교당국은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야간에 개방할 경우 청소년들의 탈선장소 전락 및 차량에 의한 교내 기물파손 등이 우려돼 개방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구로구 모 초등학교 교장은 "인근 지역주민들에 대한 편의 제공도 좋지만 야간개방을 했다 문제가 생기면 학부모들의 비난 등 부담이 크다"며 "시설 훼손 등을 우려해 학교 야간개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학교운동장을 적극 개방하는 지자체도 있다. 관악구의 경우 올해만 봉천동과 신림동 일대 21개 학교가 야간개방에 동참해 525면의 주차면수를 새로 추가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관악구 관계자는 "토지매입비 등 큰 비용이 드는 주차장 신축 대신에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면 예산도 크게 줄이고, 주택가 주차난 완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봉천11동에 사는 강모(34)씨는 "인근 중학교가 야간 개방을 실시한 후 퇴근 후 가장 스트레스였던 주차문제가 사라졌다"며 "주차문제가 해결되니 동네 분위기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서울시가 적극 나섰다. 야간 개방 허용 학교에 대해 인센티브 제공 등 현실적 대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시는 야간개방에 관한 학교측과의 약정단계에서부터 무료개방이 아닌 거주자 우선주차방식으로 바꿔 차량 1대 당 매달 2만~2만 5,000원의 주차료를 부과하고, 이 수익금을 학교측에 모두 인센티브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시는 또 학교주차장 야간개방 사업과 관련된 사업비를 자치구가 모두 충당하게 하던 제도를 변경해 지난해부터는 사업비의 50%까지 지원하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차량의 교내 기물파손에 대한 수리비 지원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최근에는 주차면적이 협소한 지역 실정에서 학교 운동장 야간 개방을 요구하는 민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학교들의 참여 의사는 많지 않다"며 "구 차원의 지원대책을 마련해 운동장 개방에 적극 동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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