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 눈물에는 성남에서 보낸 지난 10년간 벅찬 환희의 순간과 힘들었던 고뇌의 나날이 교차하듯 서려 있었다.
'인동초' 김학범(48) 성남 감독이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두고 전격 사퇴했다. 김 감독은 27일 오후 성남 구단 사무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98년 9월18일 성남에 입단해서 벌써 10년2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다"면서 "오래 전부터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재충전이 필요할 때라고 느껴 사임을 결심했다. 전 세계를 돌면서 경험을 쌓고 싶다"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재충전을 위한 사임이었지만 실상은 성적 부진을 떠안은 불명예 퇴진이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포항에 패해 아쉽게 챔피언 자리를 내준 김 감독은 올해 리그 3위에 그친 데 이어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전북에 덜미를 잡혀 탈락하면서 책임론에 휘말렸었다.
그는 선수 시절 무명의 설움을 딛고 지도자로서 최고의 반열에 올랐던 '인동초'였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에 빗대 '학범슨'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정평이 난 지략가이기도 했다.
그의 K리그 통산 성적은 75승37무34패. 한때 축구를 떠나 은행원으로 근무하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역전을 거쳤기에 그의 지도력은 더욱 호평받았다.
성남은 그에게 지도자로서 새 삶을 열어준 곳이기도 했다. 98년 작고한 고(故) 차경복 감독 밑에서 2004년까지 성남 수석코치로 활동하며 리그 3연패(2001, 2002, 2003년)를 도왔다.
감독 대행이던 2005년 후기리그 1위로 지도력을 인정받더니 대행 꼬리표를 뗀 2006년 K리그 우승, 지난해 정규리그 1위를 일구며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꽃피우는 듯 했다. 하지만 끝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유태목 성남 부단장은 "김 감독을 만류했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아 후임 사령탑 선정에 대한 대책은 아직 없다. 내부 논의를 통해 앞으로 일정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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