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반짝 한파에 겨울 코트를 찾는 손들이 바빠졌다. 경제 침체 속에 소비 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은 올 겨울, 새 코트를 마련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아도 얇아진 지갑을 선뜻 열기가 꺼려진다.
그렇다면 보온과 방풍을 위한 방한복 이미지를 벗고 실속파 멋쟁이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다운재킷(Down Jacketㆍ옷감 사이에 오리털이나 거위털을 넣은 재킷)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올 겨울 다운재킷은 단조로운 무채색이나 지나친 볼륨을 벗고 한층 화려한 디자인으로 부활했다.'불황일수록 화려해진다'는 패션계의 속설을 반영하듯 한층 강조된 광택, 현란한 퀼팅(누비선), 슬림한 디자인, 파스텔 색상, 스팽글과 인조모피 소품 등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스포츠웨어 '헤드'의 이효정 디자인실장은 "올 시즌에는 경제 위기 여파로 '웜비즈룩(사무실 실내 온도를 낮추는 편안하고 따뜻한 옷차림)' 등 실속 아이템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다운재킷은 보온성과 함께 패션 연출이 가능해 멀티아이템으로 각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려울수록 따뜻하고 빛나게
경제 한파가 몰아친 겨울 문턱의 도심은 어딘지 을씨년스럽고 음울하게 느껴진다. 흑백 모노톤의 옷을 벗어 던지고 화사한 다운재킷으로 기분을 전환해 보자.
올 겨울 다운재킷의 큰 흐름은 '스포티 글램룩'(Sporty Glam Look)이다. 1980년대 팝스타들이 입은 무대 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 스타일인 글램룩은 광택 있는 소재의 상의와 슬림한 하의가 특징.
1980년대 초반은 영미 신보수주의 정권이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의 광풍을 몰고 온 시기로, 전 세계가 2차 오일쇼크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때이기도 하다. 세계 경제 위기가 한창인 요즘과 묘하게 겹쳐진다.
지난해까지 은은한 광택 위주였던 다운재킷은 올해엔 좀더 과감한 금속성을 띠고 있다. 빛나는 원사를 사용하고, 스팽글 등 빛 반사에 의한 반짝임까지 유도하는 제품이 많아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 색상도 스카이 블루, 퍼플 핑크, 골드 오렌지 등 여느 때보다 따뜻하고 밝은 느낌이 주류다.
스포츠 캐주얼 의류업체 EXR 임주용 대리는 "광택과 색채는 미래적이고 도시적이며 파워풀한 느낌을 발산한다"며 "경기 불황의 강도가 거세짐에 따라 암흑 도시를 밝혀준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듯 하다"고 말했다.
■ 날씬하고 여성스럽게
다운재킷이라고 해서 보온성만 강조한 퉁퉁한 옷은 아니다. 부피의 거품을 뺀 슬림함은 기본이고, 여성용은 낭만적인 스타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전형적인 스포츠 블루종(blousonㆍ허리 부분을 조여 주는 듯한 점퍼형 상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여성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라인, H라인 등 다양한 실루엣 제품이 많다.
목이나 팔, 허리 부분에 볼륨을 주거나 레이스와 스팽글 인조모피 등의 화려한 장식을 과감하게 부착해 여성스러움을 한껏 살린 제품이 많다. 퀼팅 모양도 기존의 가로 일변도에서 벗어나 세로, 곡선, 마름모, 세모 등 변형을 시도해 한층 다채로워졌다.
몸에 잘 붙고 여성스러워진 다운재킷은 정장에도 손쉽게 매치할 수 있다. 실제 대기업에선 복장의 엄격함이 많이 사라진 추세다. 모직코트 대신 가벼운 다운재킷을 입고 출퇴근하는 20, 30대 회사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에 맞춰 입는 다운재킷은 퀼팅의 간격이 넉넉한 것을 선택해야 점잖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하단이 모아지는 점퍼 스타일보다는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디자인이 어울린다. 나만의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목 부위에 가죽이나 인조모피로 포인트를 준 재킷을 선택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 레깅스, 스키니 부츠로 깜찍하게
다운재킷은 스포티하면서 귀여운 느낌의 캐주얼 복장으로 오래 사랑받았다. 올 가을 유행인 미니 원피스와 롱 티셔츠, 컬러 레깅스에 맞춰 입으면 안성맞춤. 체크 프린트 셔츠에 핫팬츠를 매치해도 좋다.
몸에 꼭 맞는 쇼트 다운재킷엔 비니와 머플러, 스키니 부츠로 멋스러움을 살리자. 남성의 경우 청바지나 면바지에 모노톤 셔츠와 카디건을 입으면 차분한 느낌을 주고, 빈티지룩 청바지에 금속 프린팅 컬러의 셔츠를 매치하면 과감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다운재킷을 입을 때 가장 유의할 점은 두껍고 무거운 느낌을 덜어내는 것이다. 다운재킷 자체가 보온력이 있고 다소 과장된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는 만큼 커다란 머플러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광택감 있는 다운재킷은 자칫 뚱뚱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벨트로 허리 라인을 강조하거나 퀼팅 간격이 좁은 것을 선택해 날씬한 느낌을 살려 준다.
이효정 디자인실장은 "다운점퍼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기 때문에 옷을 여러 겹 입는 것보다 가벼운 이너웨어를 함께 입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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