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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자유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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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자유상거래

입력
2008.11.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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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반 집행부는 학우들의 동의 없이 2반 집행부와 자유상거래 계약을 맺었다. 학우들은 계약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몇 학우는 돈 많은 애들이 다 2반에 있으므로 자유상거래를 하면 1반 애들은 더욱 가난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찬성 반대가 팽팽히 맞섰다. 반장선거를 치르느라, 더 이상 논쟁하지 못했다. 1반의 새 반장은 2반 반장에게 인사 갔다가 별 생각없이 불량식품을 사 왔다. 학우들의 강력한 항거에 직면하여 갖은 주접을 떨었다.

정신을 차릴 만하니, 2반의 돈 많은 학우 하나가 파산했다. 그에게 돈을 빌려쓰고 있던 1반의 학우들도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새 반장은 갈팡질팡해보았지만 학우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2반의 새 반장은 1년 전 자유상거래 계약이 잘못되었다며 재협상 뜻을 비쳤다.

그러자 1반에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1년 전 그 계약이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의견이 대세가 된 것이다. (계약서도 안 본 채로!) 그러니 빨리 계약서에 도장 찍어서, 2반 집행부에 조인을 압박, 1반과 2반이 자유상거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반 학우들 중 자유상거래 계약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아는 학우는 거의 없었다. 등에 지고 있는 게 똥인지 된장인지 불덩이인지 분간을 못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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