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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증권 게이트/ 관련자 진술로 되짚어본 의혹의 상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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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증권 게이트/ 관련자 진술로 되짚어본 의혹의 상황들

입력
2008.11.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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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세종증권 매각 로비의 대가를 적극 요구했다는 관련자의 검찰 진술은 노씨가 단지 지인의 부탁을 받고 말만 전해준 정도가 아니라, 범행을 주도적으로 공모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직 검찰이 노씨 몫의 자금이 건네진 사실을 물증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정화삼씨 형제에게 건넨 30억원의 상당부분은 노씨 몫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노씨가 세종증권의 청탁을 받은 과정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그가 모종의 대가를 약속 받은 뒤 움직였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노씨가 처음 정화삼씨 형제를 통해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의 청탁을 받은 것은 2005년 4월. 정씨 형제는 노씨에게 전화와 방문을 통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노씨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씨는 2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005년 5~6월께 정화삼씨가 전화를 세 번쯤 해왔고 동생 정광용씨가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와서 커피도 한 잔 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후 태도를 바꿔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정씨 형제가 홍 사장을 데리고 찾아온 직후다. 노씨도 홍 사장을 만난 뒤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정씨 형제의 몇 차례 부탁에도 꿈쩍 않던 노씨가 홍 사장한테서 로비 사례금 등에 대한 언질을 받고 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관련자 진술 가운데 노씨가 자신의 몫을 '직접' 건네달라고 요구했다는 부분도 주목된다. 노씨는 대통령의 형으로서 2003년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에게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로 기소된 뒤 사정당국의 집중감시를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담하게 직접적인 금품 제공을 요구했다는 것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30억원의 상당부분이 결국은 노씨 몫으로 전달됐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방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신의 역할로 받은 로비사례금을 정씨 형제가 건네받자 노씨는 나중에 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의 몫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성공사례금이 정씨 형제에게 건네진 것을 노씨가 안심하지 못했다"는 세종증권 관계자의 진술은 자신의 몫에 대한 노씨의 집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씨가 사위 명의로 구입한 김해시 상가에 홍 사장이 5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것도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정씨 형제의 임의 처분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노씨가 저당권 설정을 미리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씨 형제가 "청와대의 감시와 스크린이 심했기 때문에 받은 돈 관리에 극도로 조심성을 보였다"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도 이 돈이 노씨 몫일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는 또 세종증권이 건넨 30억원의 원래 '주인'은 노씨였다는 의미로 정씨 형제는 단순한 관리자 역할을 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검찰이 정씨 형제를 구속하면서 이들에게 성공사례금의 '관리'를 공모한 혐의를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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