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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로 나선 사장님, 판매원 된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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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로 나선 사장님, 판매원 된 노조위원장

입력
2008.11.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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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는 카메라 앞에서 빨간 보타이를 맸고, 노조위원장은 화장품 샘플을 돌렸다. 불황 타개를 위해 지위를 떠나 힘을 보태려는 노력이 전 사업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패션의류 부문을 총괄하는 제환석 ㈜FnC코오롱 대표(캠브리지, 코오롱패션 대표 겸임)는 2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송일근 장근석 등 코오롱의 남성복 광고모델 6명과 화보촬영에 나섰다. 극심한 침체에 빠진 신사복 업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것이다. 제 대표는 "최근 신사복업체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남성 정장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대표부터 정장 입는 모습을 보여 '불황엔 정장이 정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코오롱패션을 비롯해 제일모직 LG패션 등 국내 신사복업계는 불황으로 의류소비가 부진한데다 삼성그룹 등이 비즈니스캐주얼을 도입하면서 매출이 작년에 비해 10~20%나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전점 신사복 매출 신장률은 7월 -8.7%, 9월 -9.1%에 이어 지난 달에는 -10.0%로 갈수록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제 대표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기 어려울 만큼 정장업계의 불황이 깊다"면서도 "전통적으로 정장은 불황에 강한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불경기엔 좀 더 말쑥한 차림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고 감원위기를 피해가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소비 진작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내달 6일부터 보름간 '으랏차차, 직장인 기 살리기'(가제) 캠페인을 통해 정장 구매 고객에게 셔츠와 타이를 증정한다. 행사 수익금 일부는 취업재수생 돕기에 쓸 예정이다. 대표적인 자율복 근무 기업이지만, 주 1회 '정장 데이'도 도입한다.

제 대표는 "내년에는 고객 반응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QR(Quick Response) 비율을 기존 30%에서 40%로 높이는 등 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연동해 사업을 운용할 것"이라며 "정장은 캐주얼에 비해 돈이 덜 든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희 물광파운데이션 써보세요, 예뻐집니다!"

26일 저녁 7시, 일본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서울 명동 한 복판의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점 '아리따움' 매장 앞. 화장품 샘플을 나눠주며 연신 고객을 불러모으고 있는 사람은 신창식 노조위원장과 이민전 시판부문 부사장이다. 아모레퍼시픽 임직원들이 고객들과 소통하고 일선 판매장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올해부터 매월 한차례 실시하는 '스킨십 데이' 행사다. 노조가 "우리도 불황 타개를 위해 함께 하겠다"며 참가의사를 밝혀 이 날 처음 노사 공동으로 치러졌다.

신창식 위원장은 "회사가 잘 돼야 종사자들도 긍지를 갖고 일하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오늘 모두 28명의 노조원들이 서울지역 8개 아리따움 매장에서 고객을 만났으며, 앞으로도 스킨십 데이에 지속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전 부사장은 "올해 초 노조가 임금협상을 무교섭 타결하는 등 사측에 힘을 실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사측이 매일 노조위원장과 티타임을 갖고 회사 운영방침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회사는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1년 심각한 노사분규로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리고 직장폐쇄 직전까지 가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주력인 화장품 사업 외 부문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마찰이었다.

신 위원장은 "당시 영업현장에 있으면서 노사갈등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부르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다"면서 "회사가 잘되는 일엔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 노조는 17년간 무분규 기업을 일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3,570억원, 올해 3분기까지 누계는 1조1,6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11.9%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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