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뒀다.”
지난 25일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가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토니 애킨스(28ㆍ178㎝) 등 하프코리안(혼혈 한국인)에 대해 별도 드래프트를 결정한 이유란다. 고교 시절 17세 이하 미국대표팀에 선발돼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등 특급 선수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상 만 17세 이후에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선수는 귀화를 하더라도 새로운 조국의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할 수 없다. 애킨스의 국제대회 활약 자료를 세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 뿐 아니다. 국가대표에는 귀화선수가 한 명 이상 포함될 수 없다. 만약 애킨스가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 하더라도 이동준(28ㆍ오리온스)이나 그의 형인 에릭 산드린(30)과는 함께 뛸 수 없다. 김민수(26ㆍSK)의 경우 ‘귀화’가 아닌 ‘국적회복’을 한 선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애킨스가 대표팀에 포함될 경우 다른 귀화 선수들의 대표 선발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한국프로농구의 수장도, 그를 보좌하는 KBL 관계자들도 기본적인 규정조차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수준급 하프코리안을 모아 한국농구 발전을 도모하자는 사람들의 일 처리가 그랬다.
KBL은 이번 ‘하프코리안 드래프트’를 위해 4개 구단 단장과 KBL 경기이사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드래프트를 시행하려면 벌써 수년 전에 구성됐어야 하는 소위원회다. 애킨스 정도의 실력을 지닌 하프코리안이 몇 명이나 있는지, 그래서 별도의 드래프트가 반드시 필요한지 세심한 사전조사가 필요했다.
KBL 신인 드래프트에 정상적으로 참가하기 위해 귀화절차를 밟고 있던 애킨스는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KBL이 앞장서 ‘특별 행사장’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별도의 드래프트를 반대하는 구단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앞순위 지명권(지난 시즌 7~10위팀)을 쥐고 있는 4팀이다. 하지만 KBL은 4팀은 배제한 채 6팀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했다. 여러 호재 속에서도 한국농구는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는 느낌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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