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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돌게 하라/ 면책 해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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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돌게 하라/ 면책 해외 사례

입력
2008.11.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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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결정 과정과는 무관하게 사후의 결과가 나쁠 경우 무조건 불이익을 받는다면 누가 책임지고 일을 하려고 하겠나. ”

10년 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했던 전직 관료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앞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위기상황에서 기승을 부리는 보신주의를 막고 적극적인 정책집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 결과가 나쁘더라도 고의가 아니라면 책임을 묻지 않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맞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정책 당국자와 금융권 담당자에게 폭 넓은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이유다.

금융위기의 본원지인 미국은 최근 금융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통과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번 구제금융 투입결정과 이를 집행하는 행정부 관계자들이 소급해서 법원 재판이나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도록 하는 면책조항(8장)을 의회가 그대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피를 묻히는’ 사람들에게 나중에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같이 한 것이다. 공화당 주도의 행정부가 소신있게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힘을 실어줬다는 점이 더욱 주목된다.

영국에서도 “금융감독업무 수행과정에서 선의로 행한 행위나 이행 누락에 따른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캐나다에도 이와 비슷한 면책 규정이 있다. “법률로써 집행 또는 수행하도록 정한 권한 또는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선의로 행한 행위 또는 이행 누락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규정들은 모두 정책집행 당시 고의가 아니었다면 사후적인 결과로 단죄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세계은행 등도 각국의 금융감독시스템을 평가할 때 그러한 면책 규정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중소기업 대출과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담당자들이 눈치만 보지 않도록 한시적인 면책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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