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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방송산업, 인력투자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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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방송산업, 인력투자가 먼저

입력
2008.11.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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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있었던 몇 가지 일이다. 서울의 한 프로덕션에서 일하던 졸업생 한 명이 찾아왔다. 2년 전 지역 케이블TV 취업을 거부하고 한사코 소망해왔던 제작분야에서 일하겠다던 친구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배가 고파서 못하겠다는 것이다. 고향에 내려가 조그만 가게라도 해야겠다고 한다.

퇴근길에 KTX역 플랫폼에서 모 드라마 야외촬영 현장을 보았다. 어림잡아 대략 15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런데 같이 가던 동료가 저 중에 정상적으로 월급 받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 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연출과 조연출 두 명뿐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이야기다.

얼마 전 방송 콘텐츠 관련 회의에 참가했다. 무슨 무슨 명목으로 많은 지원사업들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실제 지원 액수는 정말 민망한 수준이었다. 한 방송사 대표의 말이 인상깊게 들렸다.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기분만 좋지, 실제 드라마 하루 제작비의 절반도 안 된다”는 말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 이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점 사업이 이른바 ‘신성장 동력과 고용 창출 촉매제’로서 방송시장 규제 완화와 신규 매체 도입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방송영상산업을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위기를 타개해 줄 매개체로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IPTV는 수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방송사업은 이제 더 이상 엄청난 고용 창출 산업이 아니다. 도리어 최근 들어 방송사업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야 하는, 극심한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있다.

때문에 다수의 인력을 필요로 하는 방송 분야는 방송제작 부분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영역은 아직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는 상태다. 그 때문에 전문인력이라고 하지만, 좋게 말해서 계약직 나쁘게 말하면 일용직 형태로 수익구조를 맞추는 왜곡된 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분야의 부실한 고용구조는 창의력과 의욕을 가진 인력을 조기에 퇴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원사업 역시 프로그램당 몇 천 만원의 선심성 지원이 아니라 하위직 제작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 형태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그 정도 지원비용이면, 하위직 제작인력 2~3명의 1년치 월급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인턴사원들에 대해 1년간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운영한 적이 있다. 청년실업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코끼리 비스킷’같은 제작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수인력을 방송영상 분야에 정착시킬 수 있는 인턴제도 도입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방송영상콘텐츠 진흥 업무가 우리 것이라고 부처 간에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력에 투자하는 진흥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 늘려 정부 좋고,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제작자 좋고, 특히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예비 전문인력에게 좋은, 그야말로 ‘윈윈 정책’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진흥정책이 자리를 잡아야 창의력을 뽐내면서 경제적 수익도 보장되는 미래형 산업이라고 학생들에게 다소 과장되게 강변해왔던 언론학 교수들의 체면도 조금이나마 설 수 있을 것 같다.

황근ㆍ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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