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돈이 시중에 돌지 않은 '돈맥경화' 현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중소 기업들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안 된다고 아우성이고, 은행은 빌려 줄 돈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결국 시장의 불신을 잠재우고 시중 자금을 돌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 가장 현실적이면서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 등 양대 보증 기관의 역할을 확대하는 수 밖에 없다.
신보와 기보는 담보능력이 떨어지는 기업 대신 보증을 서주고 은행 대출을 받게 하는 보증기관이다. 정부가 보증을 서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떼일 염려가 없어 대출이 용이하다. 또 신보와 기보 모두 '기본재산'(자기자본 개념)의 최대 20배까지 보증을 제공(1조원 보증자금이 있으면 20조원까지 보증을 설 수 있다는 의미)을 늘릴 수 있어 시중자금공급 능력이 탁월하다.
양대 보증 기관의 금년말 예상 보증잔액은 42조원. 하지만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 될 내년을 대비해 보증액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양대 기관의 보증여력이 어느 정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내년 최악의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추가재원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출연해 신보와 기보의 '기본재산'을 늘려 주는 것이 절실하다. 이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5,000억원을 양대 기관에 출연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중 예상 필요자금에 비해 너무 적다는 평가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내년 불황이 본격화되면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출연기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양대 기관이 보증한도를 법이 허용하는 한도(기본재산의 20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도 시급하다. 현재 기보는 10월말 현재 기본재산의 6.6배, 신보는 11.3배를 운영하고 있다. 보증 여력이 다소 남아 있지만 부실로 인한 유동성 부족 우려 때문에 보증한도를 늘려주지 못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보증기관의 법적 운영배수가 20배지만 실제로는 12배 전후가 부실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만약 보증을 늘리려면 정부가 부실에 대한 면책을 약속해 주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은행들도 직접 대출보다 보증기관에 자금을 출연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 25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신보에 내년 말까지 1,000억원 자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중소 기업들에게 지원되는 대출규모는 최대 1조2,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병권 신영증권 은행팀장은 "경기둔화와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선제적 대응능력 보여준 사례다"라며 "거래 중소기업에 대한 신속한 신용보증이 가능해 예상되는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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