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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 활로를 찾아라] 2부 (9) 석유화학-상생으로 돌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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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 활로를 찾아라] 2부 (9) 석유화학-상생으로 돌파한다

입력
2008.11.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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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대산유화단지에 위치한 삼성토탈 공장의 프로필렌 생산설비인 올레핀 전환시설(OCU). 지난 달 가동에 들어간 연산 20만톤 규모의 이 시설은 삼성토탈과 LG화학, 롯데대산유화 등 3사가 원료를 공동 투입한 후 프로필렌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복 투자 방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업계의 대표적인 상생모델로 꼽힌다.

#. LG화학은 최근 차세대 하이브리드카에 장착할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상용화하며 세계적인 연료전지 회사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 배터리는 기존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수명이 길고 에너지 효율도 뛰어나다. LG화학은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준비 중인 현대자동차와 공동 기술 개발은 물론 대규모 공급계약까지 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됐다.

요즘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락하며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중동 산유국들이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수출에 나서며 경쟁력마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현물가격은 최근 1개월 새 30~40%나 떨어졌다. 이런 가격 폭락세는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최종제품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제품 생산업체들은 잇따라 감산에 나서며 가혹한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인 여천NCC가 16년 만에 공장 가동을 멈췄고, 이달 초까지 유일하게 정상 가동을 유지하던 금호석유화학도 감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래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동안 ‘과잉투자’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치열한 경쟁을 해온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다가올 경기 회복기에 대비,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 제고 위한 상생협력 확산

특히 삼성토탈은 대산유화단지 공장에서 LG화학, 롯데대산유화와 공동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한편,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현대오일뱅크에 수소를 확대 공급하고, 대신 현대오일뱅크는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납사를 가솔린 첨가용으로 사주는 식이다. 이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는 2년간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은 신성장동력 분야인 연료전지 사업을 위해 이종(異種) 업종인 자동차회사에 손을 내밀었다.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갈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함으로써 제2의 도약에 나설 기반을 갖춘 것이다.

한화석유화학도 협력 회사들과 동반 성장에 나서고 있다. 2006년부터 엔지니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BPS(Best Partners)팀을 구성해 첨단 기술을 협력회사에 전수하고 있고, 최근엔 91개 협력사들의 원료저장 시설 지원을 위해 8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친환경 태양광 사업 진출 러시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주력하는 분야는 태양광 사업. 동양제철화학은 국내 최초로 태양광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에 성공함으로써 석유화학 업체에서 태양광 업체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한화석유화학도 태양광 발전의 핵심소재인 태양전지의 셀(Cell) 생산 사업에 진출했다. 2015년까지 총 1GW(기가와트)의 설비를 구축, 세계 시장의 5% 이상을 점유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규모가 총 8,000억원에 이르며, 연간 약 2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 사업에 진출했다. BIPV는 창호나 벽면, 발코니 등 건물 외관에 태양광 발전 모듈을 장착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 건축물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건축 외장 시스템이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꾸준히 성장하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범용제품은 공동 생산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에 바란다 "에너지 통합관리체계 구축에 지원을"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빙하기에 접어든 업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한 요구사항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비경쟁 기초 원자재에 대해 무관세화다.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급락하고 있는데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단가는 높아져 채산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메탄올의 경우 미국과 일본, EU 등은 무관세를 적용하지만, 우리나라는 2%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화학단지 내 에너지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年? 석유화학 관련 산업의 클러스터화로 에너지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할 경우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생산효율을 제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 구축에는 투자비가 많이 들어 정부가 일정 부분을 지원, 업체들의 초기 투자 위험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산업단지에 인접한 석유비축기지 저장탱크, 화력발전 부두 등 인프라를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 소유 유휴시설을 이용할 경우 별도의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아도 돼 운용비를 대폭 절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연구ㆍ개발(R&D) 비용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과학기술분야 R&D 투자액(6조9,000억원) 중 화학공정 분야에 지원된 액수는 3.6%(2,500억원)에 불과, 핵심공정 및 첨단소재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종은 대규모 장치사업이자 국가기간 산업인 만큼 정부 지원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며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허원준 한화석유화학 사장"원자재값 폭락한 지금 오히려 투자하기 좋아"

"큰 위기 뒤에는 언제나 엄청난 기회가 있었다. 한화석유화학은 현재의 침체보다는 다가올 경기 회복을 대비한 투자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허원준(52ㆍ사진) 한화석유화학 사장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경기 침체기라고 해서 위험 관리에 치중하기보다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허 사장은 "외환위기 때는 우리만 잠시 힘들었고 수출시장은 활황이어서 빨리 극복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며 시장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그만큼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급감하며 회사 경영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는 "향후 예상되는 2년간의 침체기를 경쟁력 강화 기간으로 활용해 세계 최고의 석유화학업체로 도약할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꼽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 강화 요인은 캐시코스트(Cash costㆍ제품 한 단위당 들어가는 생산비용)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맞추는 것. 그는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는 제품 생산에 드는 에너지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생산효율을 높임으로써 물량 공세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중동 및 중국 업체들과 격차를 벌여야 경기 회복기에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해외 투자 의지도 밝혔다. 허 사장은 "경기 침체기에도 필수 소비재인 석유화학제품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생산기지를 중동 산유국이나 중국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세계 수요의 40% 이상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나머지 60% 시장을 장악하려면 생산능력을 대폭 키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금은 갑자기 수요가 위축돼 감산까지 하고 있지만, 2~3년 뒤에 다가올 경기 회복기에는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원자재 가격이 폭락한 지금이 오히려 투자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화석유화학은 불황기를 이용해 중국에 저렴하게 공장을 짓고, 회복기에 접어드는 때 본격 생산에 들어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허 사장은 "프로젝트는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듯이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일류 석유화학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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