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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지갑 열어라" 세계는 지금 가격파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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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지갑 열어라" 세계는 지금 가격파괴중

입력
2008.11.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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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S주유소는 최근 휘발유 가격을 ℓ당 1,298원으로 낮췄다. 강남 일대 주유소가 아직도 1,600원대 가격인 점을 감안하면,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 ℓ당 400원 가까이 싼 셈이다. S주유소 관계자는 "불경기로 매출이 줄고 있는데다 주변 주유소들과의 치열한 경쟁 등을 감안, 가격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2.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점인 베스트바이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삼성전자의 50인치 PDP TV를 797.99달러에 내놓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가격이다. 32인치 LCD TV도 파격적인 499.99달러에 선보였다. 일부 매장에선 추수감사절 다음날(28일) 새벽부터 시작되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미끼 상품으로 50인치 TV를 500달러 대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며 전 세계에 가격파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이 주요 대상이나, 휘발유처럼 생소한 품목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선 아예 500원숍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도 고객들이 지갑을 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가격파괴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일리노이주 오크론의 한 자동차 판매상은 3만9,000달러인 크라이슬러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주행거리 1만마일 이하의 2008년식 PT크루저(시가 1만2,000달러)를 1달러에 덤으로 주고 있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의 한 판매상도 3만달러 수준인 2008년형 닷지 램 픽업트럭을 50% 할인한 1만5,000달러에 팔고 있다.

이 같은 가격파괴 바람은 미국의 최대 쇼핑철인 블랙프라이데이를 거쳐 연말까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이 기간에 1억명 이상의 미국인이 쇼핑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일부 유통업체들은 32인치 LCD TV의 경우 499달러 이하, 40인치와 42인치 풀HD 가격도 1,000달러 밑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M 유통업체는 삼성 42인치 PDP TV를 699달러, 샤프 52인치 풀HD LCD TV를 1,399달러에 판매키로 했다. 통상 새벽에 일찍 온 입장객(얼리버드)에겐 반값에 제공되는 제품도 많다. 일본의 가격파괴 바람은 이미 '잃어버린 10년' 동안 일반화한 상태. 최근엔 150엔에 팔던 음료수를 100엔 균일가에 파는 '100엔 자판기'도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선 ℓ당 1,300원 안팎에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가 즐비하다. S주유소 외에 도림동 K주유소도 ℓ당 1,298원에 팔고 있고, 대림동의 D주유소 역시 ℓ당 1,319원으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인 1,438원보다 크게 낮다.

1,000원숍보다 더 저렴한 제품을 취급하는 500원숍도 등장했다. 지난해 1,175억원 매출을 올린 1,000원숍 업체 다이오아성의 경우도 올해 매장 수가 19%, 고객 수는 30%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가격파괴가 매출 신장세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서울대 김난도(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파괴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상품들이 과연 적절한 질을 담보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라며 "불황기엔 가격보다 오히려 신뢰가 더 중요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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