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간 위원회(ICPRCP)는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설립 30주년 특별회의에서 이전 문화재 반환을 촉구하는 '서울 전문가회의 결과문'을 채택했다. 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수아즈 리비에르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를 비롯해 30개국 정부 관계자와 학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가 '조선시대 기록유산의 유출 및 반환 해법'이라는 발표에서 "외규장각 의궤는 감상을 위한 물품이 아니라 국가기록물"이라며 반환 필요성을 강조했고, 토론자로 나선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프랑스 정부와 문화재 정책가들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했다.
외규장각 도서는 전쟁에 따른 전리품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약탈된 것이며, 프랑스가 약탈 과정에서 절반을 불태우고 장정 보존을 잘못하는 등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프랑스 대사관 관계자가 "국유재산은 양도할 수 없다는 프랑스 국내법 때문에 반환이 힘들다"고 하자 황 위원장은 "그렇다면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이 TGV 계약을 위해 '휘경원 원소도감의궤'를 돌려준 것은 국내법 위반인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발표와 토론이 끝난 후 채택된 서울 전문가회의 결과문은 '문화유산에 접근하고 향유하는 것은 모든 민족주권의 특성이다', '이전된 문화재의 반환은 민족 유산 및 정체성을 복원하고 재건하는 수단이다', '이전된 문화재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책임이다', '무력충돌, 식민지배와 관련한 문화재 이전을 설명하는 데 다른 경우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 '박물관, 도서관 등 관련 기관에 문화재 반환 요청과 관련해 성실하게 협의하도록 독려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프랑스인인 리비에르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는 이날 인터뷰를 갖고 "한국으로서는 이번 대회 같은 국제회의에서 입장을 전달, 의궤 반환 문제를 국제적 사안으로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가 원 소유국에 반환돼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양자간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서 해결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궤 반환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는 "유네스코의 역할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중재를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ICPRCP는 정부대표들이 참석하는 특별회의를 거쳐 28일 막을 내린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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