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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신항 폐쇄 방침에 근로자 1400여명 '실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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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신항 폐쇄 방침에 근로자 1400여명 '실직 위기'

입력
2008.11.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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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전남 여수는 종일 축제 분위기였다.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 1주년을 기념하는 시민체육대회와 축하공연, 세계불꽃경연대회가 이어지며 1년 전 '그 날'의 감동을 되살렸다.

그러나 박람회 주 전시장이 될 여수신항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부두가 삶의 터전인 여수항운노조 조합원들은 "엑스포 때문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아우성이다. 정부가 박람회 이후 무역항인 여수신항을 관광ㆍ레저항만으로 바꾸기 위해 항만기능을 폐쇄한다는 박람회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됐기 때문이다.

"이거시 우리보고 죽으란 말이제 뭐시여?"

이날 오후 1시20분께 여수신항 3부두. 중국 선박에 실을 화물에 고리를 걸어 크레인에 연결하는 '줄걸이' 작업을 하던 박모(31)씨는 목에 핏대를 세웠다. "대책도 없이 힘 없는 부두 노동자들 밥줄 끊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요? 고양이가 쥐를 쫓더라도 도망갈 구멍을 터주는디. 이따구로 하믄 우리가 그냥 있겄소?"

옆에서 선적작업을 감독하던 김종술(59)씨는 행여 안전사고라도 날까 박씨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인부들이 항만폐쇄 소식에 흥분해 있어 사고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현재 여수신항 부두에서 일하는 인부는 모두 114명. 이들은 박람회 시설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7월에는 새 일터를 구해야 하지만 항운노조 특성상 항만별로 노무공급 관할권이 따로 있어 다른 부두로 옮길 수도 없다. 사실상 실직인 셈이다.

항만서비스 업체 종사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여수신항을 드나드는 선박을 대상으로 해운ㆍ도선ㆍ예선ㆍ선수품 공급업을 해온 202개 업체 종사자 1,300여 명도 직장을 잃거나 대체부두를 찾아 여수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S해운 관계자는 "상당수 회사들이 광양항으로 이전을 검토하는 등 술렁이고 있다"며 "항만 폐쇄는 항만업체는 물론 세관 등 관련 공공기관 이전과 인구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의 손실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항만기능이 폐쇄되면 관공선과 역무선 148척을 비롯해 3만6,600여 척(지난해 기준)의 국내외 입출항 선박들이 정박 부두를 광양항 등으로 옮겨간다. 여수ㆍ광양만권해양협회 김성식 항만특별위원장은 "85년간 무역항 기능을 해온 여수신항은 여수산업단지, 수산업과 함께 지역경제의 3대 축"이라며 "연간 113만 톤의 화물을 처리하고 약 1조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내는 항만을 폐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수시와 항만업체는 여수신항 북방파제 옆에 방파제(1,270m)와 접안시설(860m)을 갖춘 대체항만 신북항을 조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돌산읍 우두리 연안에 길이 600m의 물양장을 지어 관광선과 역무선을 이전한다는 계획만 세웠을 뿐이다.

더욱이 정부는 대체항만 조성 문제를 내년 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2012~2016년) 수립을 위한 용역에 포함시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용역을 거쳐 대체항만 개발이 결정되더라도 빨라야 2012년에나 착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또 다른 대안으로 내놓은 '실직 보상' 방안도 항만 인부들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 여수지방해양항만청 관계자는 "현재 조성 중인 여천부두가 2011년 8월 완공되면 부두 조합원들이 이 곳에서 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람회장 시설공사가 시작되는 내년 7월부터 2년의 실직기간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언제,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과 금액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며 "이게 무슨 대책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오후 7시께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추스르며 여수신항을 빠져 나오던 이상철(37)씨는 밤하늘을 수놓은 박람회 유치 축하 불꽃축포를 바라보며 내뱉듯이 말했다. "굶어 죽으나 (정부와) 싸우다 죽으나 매한가지 아니겄소? 전국 항운노조연맹도 우리에게 힘을 보태준당께, 인자 여수엑스포가 죽든 우리가 죽든 둘 중에 하나는 죽지 않겄소?"

여수=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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