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 보면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을 확대한다는 기사가 계속 나오는데 실제 창구에 가 보면 상황은 딴판입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아 보증기관까지 찾아갔는데 '여기가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자선 사업하는 데냐'는 얘기를 들었어요." (중소기업 사장 A씨)
"위에서 지점장 전결 대출 범위를 늘렸지만 저로서는 대출에 부실이 생기면 검사도 받아야 하고 평판도 떨어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 지점장 B씨)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정책이 맥없이 겉돌고 있다. 감독당국이 대책을 내놓고 현장점검까지 나선다지만, 은행들 역시 수천억 자금을 배정했다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돈 가뭄'에 하루하루 시들어가고 있다.
공허한 탁상대책이 아니라, 정말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갈 시켜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보증'과 '면책' 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임을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 등 보증 기관들의 역할 확대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신용도 낮은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으려면 결국은 누군가 신용을 보완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신용보증기관의 역할"이라며 "외환위기 직후 중소기업 신용경색을 타개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보증을 확대한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신보의 기본재산(자기자본 개념) 대비 보증규모는 11.3배, 기보는 6.6배다. 이들이 중소기업보증을 늘리려면 기본재산부터 확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정부의 예산출연이 필수적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1조원을 출연하면 최대 20조원(보증 최대한도 20배), 2조원을 출연하면 최대 40조원의 대출여력이 생기는 만큼 정부는 은행만 압박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보증기관에 돈을 수혈함으로써 중소기업대출이 실질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5,000억원 출연재원을 배정했지만,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원은 "지금은 비상 상황인 만큼 정부는 추가 출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면책범위도 좀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출→부실→문책의 공포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중소기업대출에 나설 수 있도록, 그러나 도덕적 해이는 차단할 수 있는 선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정교한 면책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26일 대출면책에 대한 원칙을 담은 공문을 8년 만에 일선은행에 시달했지만, 현장에서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지에 대해 은행 직원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중소기업 문제는 은행에 무작정 떠넘겨선 곤란하며 일정 부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국민부담으로라도 보증을 늘리고 합리적 면책기준을 마련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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