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국정조사가 보름 만에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민주당이 26일 ‘국회 보이콧’까지 거론하자, 그간 부당수령 의혹자의 직업과 소득수준 등의 자료를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정 이사장은 이날 국조특위의 기관보고에서 “직불금 수령자 105만여 명의 신분과 직업이 적힌 명단을 감사원에 송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신에 반하지만 여야가 농촌을 살리고 국민을 위하는 차원에서 요청한 만큼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정 이사장의 답변 이후 곧바로 감사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직불금 수령자 105만여 명 중 비료구매 및 추곡수매 실적이 없어 부당수령 의혹자로 분류된 28만여 명의 직업과 소득수준 등을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이 분석자료를 내달 1일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조특위의 부당수령자 선별작업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늦게나마 국조특위가 정상화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정 이사장을 질타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정 이사장은 결과적으로 농민의 소득을 가로챈 파렴치한 행위를 방조해왔다”며 “지금껏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데 대해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도 “진작 제출했으면 직불금 부당수령 실태를 밝혀내고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조차 “이게 바로 웃기는 얘기”라며 “처음부터 자료를 주지 왜 이제야 주느냐”고 질책했다.
앞서 국조특위는 이날 오전에도 회의 10분만에 정회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정 이사장의 자료제출 거부로 여야 의원들 간 감정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조특위는 물론 국회 운영 전체를 보이콧할 수 있다며 배수진을 쳤고, 결국 정 이사장이 ‘백기’를 들었다.
진실희 기자 truth@hk.co.kr
이화영인턴기자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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