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30대 남자가 80세가 넘는 할머니를 업고 사무실을 가볍게 한 바퀴 돈다.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할머니를 향해 힘찬 박수를 보낸다. 할머니는 무겁다며 내려놓으라고 채근하지만 남자는 아랑곳 없다. 경로잔치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지만 실은 81세 직원을 떠나보내는 38세 보험사 지점장이 아쉬움에 벌인 은퇴 기념 이벤트다.
삼성생명 최고령 보험설계사(FC)인 광진지역단의 김금희(81)씨는 최근 은퇴식을 갖고 26년 2개월의 긴 설계사 생활을 마감했다.
25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김씨를 통해 삼성생명과 인연을 맺은 고객은 3,000여명에 달하며 김씨가 설계사로 등록시킨 사람도 64명이다. 김씨가 거둔 수입보험료는 줄잡아 500억원이 넘는다.
50대 중반에 보험설계사를 시작한 그녀는 "젊은 사람이 2명을 방문할 때 저는 힘들어서 1명의 고객도 만나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고객은 화초'라는 생각으로 계속 정성을 들인 결과 많은 분들과 오랜 기간 좋은 인연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1970년대 후반 남편과 사별하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친척 하나 없던 서울에서 2남 1녀를 키우기 위해 1982년 시작한 일이 보험설계사였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고, '소금사례'를 받은 일도 여러 차례였다. 그러나 그녀는 무안을 당하고도 웃는 얼굴로 다시 찾곤 했고, 그 성실함에 감복한 사람들은 그녀의 평생 고객이 됐다. 김씨의 영업철학은 '거절은 곧 승낙이다'라는 것. 거절 당할수록 계약 체결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은퇴식 때 김씨를 업었던 박대우(38) 광진지점장은 "18년간 수석팀장으로서 끈기를 갖고 조직을 잘 관리해온 분"이라며 은퇴를 아쉬워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