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통보한 6가지 남북관계 중단조치는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전으로 남북관계를 되돌리겠다는 경고다. 특히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북측의 태도가 강경한데다 정부도 대북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남북 당국 간 대치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북측이 이날 쏟아낸 각종 압박조치 중 통일부 출신 준당국자들이 일해왔던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직원 50% 철수를 통보한 것은 남측 당국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3월 통일부 당국자가 떠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지켜왔던 코트라 대표까지 사실상 추방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물열차 운행과 개성관광 중단도 남북관계 단절의 경고로 읽힌다. 개성관광 중단에서는 "우리는 달러 박스도 필요 없다"는 강경한 자세가 엿보인다. 또 1951년 6월 경의선 남북 열차 운행 중단 이후 56년 만인 지난해 12월 운행을 시작했던 개성 봉동역과 남측 문산역 간 화물열차 운행중지 통보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과가 물거품이 됐다는 측면이 크다.
북측은 또 개성공단 출입을 제외한 남측 인원의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도 제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남측 민간단체나 경협사업자의 개성ㆍ금강산 지역 방문을 사실상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북측은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대해서는 여지를 뒀다. "남측 생산업체들의 상주 인원 가운데 경영에 극히 필요한 인원들은 군사분계선 육로 차단 조치에서 일단 제외하기로 했다"고 통보한 대목이 그렇다. 북측은 특히 "우리는 남측 중소기업들이 남측 당국의 무분별한 대결정책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남측 기업과 당국 간 분리도 꾀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극히 필요한 인원' '일단 제외한다'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 여차하면 개성공단 폐쇄까지 감행하겠다는 뜻도 담고 있어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번 통보가 남북관계 차단의 1단계 조치에 불과하고 앞으로 남측의 대응에 따라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도 북측의 이런 조치에 굴복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이 자세를 바꾸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기조를 바꿀 뜻이 없다는 사실상의 지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정부가 북한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안 된다는 기조는 변함 없다"며 "이번 기회에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많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4, 5월 북한 식량난이 심각해지면 북한이 손을 들고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남북 간 힘겨루기가 정점에 다다른 분위기이며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한 남북 대치국면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북한은 미국의 오바마 신 행정부와의 직접 대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이고 예년에 비해 올해 식량 작황이 괜찮아 당분간 강공 전략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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