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에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한 사전 모의가 있었던 것일까. 세종증권 매각 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이 이들 사이의 커넥션의 실체와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열쇠 쥔 정대근 전 회장
세종증권 매각비리의 핵심은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이다. 결국 모든 의혹은 세종증권 인수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그를 통해서 규명될 수밖에 없다. 우선 세종증권 인수 과정 및 인수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종증권은 당시 시장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증권사였는데 농협 인수설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농협은 1년이 넘게 질질 끌다가 실사도 제대로 않고 주가가 오를 때까지 오르자 높은 값에 덜컥 사줬다"고 말했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대금은 애초 알려진 것보다 100억원 가량이 높은 1,100억원(1주당 9,460원)이었다. 검찰은 당시 농협 내부의 논의 과정을 조사해 정 전 회장이 세종증권을 인수하기로 확정한 시점이 언제인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수를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 시간을 끌면서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뒷돈을 받거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인지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 정화삼씨의 역할 의문
세종캐피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 형제에게 왜 별도로 30억원을 줬을까. 인수 결정권자인 정 전 회장에게 50억원을 주었기 때문에 정씨 형제를 통한 우회로비는 사실상 불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세종캐피탈은 '어떤 역할'에 대한 대가로 정씨 형제에게 거액을 건넸는가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정씨 형제가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에게 로비를 해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최종 로비의 대상은 정 전 회장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쉽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인수를 안 할 것처럼 세종증권을 자극해서 여러 명이 돈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는 대목이다.
● 박연차씨의 주식매입 시점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을 사고 판 시점도 사전 공모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 회장은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이 정화삼씨에게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 다음 달인 2005년 5월 세종증권 주식을 샀다. 그리고 농협이 세종증권 인수를 발표하기 직전인 2005년 12월 주식을 팔아 1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박 회장은 "투자 판단에 따라 주식을 사고 연말 자금수요가 몰려 팔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검찰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두고 있다.
농협이 SK증권과 세종증권 중 어느 업체를 인수할 것인지 알려지기 전에 세종증권 주식을 샀다가 인수발표가 직전 판 것도, 인수합병설이 나오면 주가가 올랐다가 인수합병이 공식화되면 더 이상 주가가 오르지 않는 주가사이클을 이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김형진씨는 왜 풀려났나
검찰은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을 지난 주 체포했다가 풀어줬다. 하지만 정 전 회장과 정화삼씨에게 총 80억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의 구속영장에는 김 회장이 홍 사장과 공모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돼있다. 이 때문에 세종캐피탈 내부에서조차 "홍 사장이 (혐의를) 덮어썼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구속을 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채업자 출신인 김 회장은 구 민주당 김모 전 의원의 자금관리인 역할을 했으며 김대중 정권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모 의원과 사촌관계라는 말까지 있었다"며 "검찰이 DJ측과 연관된 부분은 덮고, 대신 참여정부 부분 수사에 대해 협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홍 사장이 정화삼씨 형제와 친분이 있는 등 로비를 주도했다"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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