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정부의 경제팀이 '투톱' 체제를 갖추고 난파된 미국 금융을 구출해야 하는 임무에 시동을 걸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24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재무장관에,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시장과 언론은 내각과 백악관에서 미국 경제를 이끌 두 조타수를 한 목소리로 환영했다.
뉴욕타임스는 "매우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라고 평가했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잘 짜여진 인선"이라고 전했다. 지난 금요일 가이트너 총재의 내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등했던 뉴욕증시는 이날 또 다시 400포인트 가까이 폭등하며 경제팀의 양 날개를 환호했다.
오바마는 이날 둘을 소개하면서 각기 다른 화법을 동원했다. 그는 올해 47세의 가이트너에 대해서는 "경험"을 높이 사며 금융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라고 한 반면 54세의 서머스는 "사고의 리더"라며 정부의 금융정책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의 분석도 오바마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가이트너와 서머스가 오바마 경제팀에서 각각 '수비수'와 '공격수'로 활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이트너가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집행하며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서머스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일자리 창출 등 큰 밑그림을 그리는 설계사로서 역할 분담을 할 것이라는 견해다.
스탠포드 파이낸셜 그룹의 정치전략가인 그레그 발리에르는 두 사람이 모두 빌 클린턴 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루빈의 경제철학을 계승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매우 훌륭한 업무분장"이라고 말했다.
'루비노믹스의 전도사들'이라는 별명답게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자유시장과 균형예산을 중시하면서도 경기침체와 같은 위기상황에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지지하는 유연하면서 실용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경제철학에서는 공화당적인 색채를 갖고 있음에도 지금과 같은 위기국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해석이다.
경력에서도 서머스가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차관, 재무부장관에 이어 4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루빈의 뒤를 이어 재무장관을 역임했고, 가이트너는 서머스가 부장관 시절 그의 추천으로 재무차관 자리에 올랐다.
서머스의 직설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는 28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정교수가 된 '천재'이지만, 한편으로는 거만하고 독선적인 성격 때문에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드는 한계도 보여왔다.
하버드대 총장 재직 당시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못한 것은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선천적 차이일 수 있다"고 발언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뒤 결국 사과했고, 이는 총장 중도퇴진으로 이어졌다.
이번 인선에서도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가이트너와 경합했으나, 장관 자리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무릎을 꿇은 헨리 폴슨 장관처럼 의회와 시장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소통'의 덕목이 중요하다는 점 때문에 막판 낙점에서 제외됐다는 분석도 있다.
재무장관의 경우 상원의 혹독한 인사검증을 통과해야 하는데 설화를 많이 겪고 적을 많이 둔 그가 이를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점도 작용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